칸영화제 폐막…영화제 초반 호평에도 수상 불발 황정민·조인성·정호연 연기에 박수…해외 판매 실적 ‘역대급’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가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영화제 최대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호프’는 끝내 수상작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황금종려상은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드’가 차지했고, 심사위원대상은 러시아의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이 연출한 ‘미노타우로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결과와 별개로 ‘호프’가 남긴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영화제 초반부터 경쟁부문 최고 기대작으로 주목받으며 연일 화제를 모았고, 올여름 국내 개봉을 앞두고 글로벌 흥행 기대감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에 한국 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국내 영화계에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호프’는 나홍진 감독 최초의 칸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앞서 데뷔작 추격자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 황해는 ‘주목할 만한 시선’, 곡성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이번 경쟁부문 진출로 나 감독은 연출한 장편 4편 모두를 칸에서 선보이는 기록도 세웠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와 인간의 혈투를 SF와 액션, 코미디 감각으로 버무린 블록버스터다. 외신 반응도 뜨거웠다.
AP통신은 “관객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 영화”라며 “2시간 40분 동안 우주적 규모의 SF 서사가 광기처럼 폭주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역시 “다소 길지만 최근 수년간 가장 숨 막히도록 우아한 액션 연출을 담은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칸 필름마켓에서도 흥행성을 입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호프’는 사실상 ‘완판’ 수준의 해외 판매 실적을 기록했으며, 판매 단가 역시 한국 영화 최고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우들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황정민은 외계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긴장감을 홀로 끌고 가는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 역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고, 조인성은 승마와 총격을 결합한 고난도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정호연은 결정적 순간 외계인을 막아서는 순경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칸 첫 상영 당시 그의 등장 장면에서는 이례적으로 상영 도중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또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모션 캡처와 페이셜 캡처 방식으로 외계인 캐릭터를 연기한 점도 관심을 끌었다.
나 감독은 이미 후속편 가능성도 암시했다. 그는 칸 기자회견에서 “이번 영화의 플롯은 이 정도로 정리했지만 실제 내러티브는 훨씬 더 길고 크다”고 밝혔으며, 외신 인터뷰에서는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