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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단상) 문학기행이 남긴 유쾌한 성찰

등록일 2026-06-09 16:39 게재일 2026-06-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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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숙 시민기자

지난 4월, 대구문인협회 회원들과 함께 3박 4일간 다녀온 일본 문학기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정이었다. 일본 하이쿠 문학 박물관을 둘러보고, 눈앞에 우뚝 선 후지산의 장엄함을 가까이서 마주하는 경험은 문학적 감수성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여행의 감동과는 별개로, 또 하나의 ‘현대적 체험’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로 출입국 절차라는 이름의 긴 여정이다.

누구나 한 번쯤 느끼는 일이지만, 해외로 나가는 길목에서 마주하는 입국·출국 절차는 여전히 쉽지 않은 관문이다. 코드 확인, 지문 인식, 소지품 검사 등 철저한 보안은 시대적 요구이자 필수적인 과정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그 과정이 주는 피로감 또한 가볍지 않다.

특히 이번 일정처럼 3박 4일을 빠듯하게 소화한 뒤 맞닥뜨리는 공항의 긴 줄은, 여행의 여운을 음미하기보다 현실로 단번에 끌어내리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이미 지친 몸과 노쇠한 다리는 잠시만이라도 의자에 앉고 싶은 소박한 바람을 되뇌고 있지만,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릿속에 문득 일본 전통 시 형식인 하이쿠가 떠올랐다. 5·7·5의 짧은 호흡 속에 감정과 상황을 압축해 담아내는 그 형식이야말로, 이 난감한 심정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절했기 때문이다.

“공항 티켓/ 이게 다인데/ 자꾸 보여달라면/ 홀랑 벗을까?”

짧지만 솔직한 이 한 편의 하이쿠는, 공항에서의 경험을 유머와 자조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반복되는 확인 절차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답답함과 이를 웃음으로 넘기려는 인간적인 여유를 오롯이 담았다.

물론 엄격한 보안 절차는 우리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누구도 그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이 여행자의 피로와 불편이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될 수 있다면, 공항은 단순한 통과 지점을 지나 또 하나의 즐거운 기억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은 거창한 데서만 태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긴 줄 속에서, 때로는 지친 다리 위에서, 그리고 때로는 “한 번 더 보여달라”는 말속에서도 피어난다.

그날 공항에서 태어난 한 편의 하이쿠는 말해주고 있다. 여행의 진정한 여운은, 풍경이 아니라 순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김윤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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