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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산업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제안하다(하)

등록일 2026-06-09 18:48 게재일 2026-06-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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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학봉 전 국회의원

지금 경북 역시 비슷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대표 산업도시 구미에서는 휴대폰 생산 중심이 베트남으로 이동했고, 디스플레이 산업은 파주 등 수도권으로 옮겨갔다. 포항은 수소환원제철과 이차전지 소재 등으로 산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지만, 도시 하나의 힘만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조업 기반은 이미 충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구미를 한국의 피츠버그로 설정하고, 경북도가 펜실베이니아 주정부 같은 광역 전략 조정자 역할을 수행한다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경북은 구미의 기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신산업을 유치하는 동시에, 그 효과를 포항, 안동, 경산, 김천, 영천, 문경, 상주 등 주변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경북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산업도시”, “하나의 산업시장”으로 재편할 수 있다. 행정구역은 나뉘어 있지만, 산업적으로 하나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미래 경쟁력은 단순 생산량 증가가 아니라 연계와 융합을 통한 산업 전환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경북에는 이미 강력한 산업 자산이 있다. 포항 철강·신소재, 구미 전자·반도체·AI 제조기술, 경산 대학·연구개발 기반, 안동 바이오·백신 산업, 김천 물류·교통 인프라, 영천 항공·부품 산업 등은 각각 독립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력은 이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도시별 산업 자산을 연결해 하나의 생태계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포항 철강·신소재와 구미 전자·반도체·AI 제조기술을 단순 병렬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공급망, 시제품 제작, 인증, 데이터 플랫폼, 투자·금융 기능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인프라, 인재가 집적되며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동시에 서로 다른 산업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 시장을 만드는 범위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포항 신소재가 구미 첨단 제조공정과 결합하고, 경산 연구개발 인력이 이를 뒷받침하며, 김천 물류 인프라가 전국 시장과 연결하고, 안동 바이오 역량이 첨단 소재·의료기기 산업과 연계된다면 광역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결국 경북산업비즈니스벨트는 단순한 도로망 계획도, 산업단지 추가 조성도 아니다. 이는 경북 전체의 산업 기능을 재배치하고 도시별 역할을 새롭게 정의해 생산·연구개발·사업화·금융·물류·인재 양성을 하나로 묶는 경북형 산업 대전환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경북산업비즈니스벨트는 경북 전체의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지방소멸을 막는 선도형 국가 생존모델이 될 수 있다. 광역 산업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면 양질의 청년 일자리와 창업 기회가 확대되고, 청년이 돌아오는 경북을 만들 수 있다.이제는 산업화를 이끌었던 경북이 대한민국 산업 대전환의 중심축으로 다시 나서야 한다. 정치가 경쟁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역의 미래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 

세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루쉰의 말처럼, 원래 땅에는 길이 없었지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곳이 길이 된다. 경북에도 아직 길은 있다. 이제 그 길을 누가 먼저 걷기 시작할 것인가가 문제다.

/심학봉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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