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도시로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해 온 포항시가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196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대량 공급된 원도심 주거지가 심각하게 노후화되면서, 도시 기능 저하와 주거환경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도시의 균형 발전과 쾌적한 주거 공간 조성을 위해 ‘2030 포항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전면 재정비에 나선다.
□정비사업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번 정비계획에 따른 신규 주택 공급이 지역 주택시장에 미칠 파급력이다.
‘2030 포항도시기본계획’의 주택수요추정에 따르면, 2030년까지 포항시에는 총 15만8369호의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하며, 멸실을 고려한 총 주택건설 계획수요는 20만190호에 달한다.
반면, 현재 포항시 내에서 진행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정비사업은 총 7개 구역(장성1, 용흥4, 학잠1, 대신1, 죽도4, 죽도5, 학산1)으로, 이를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총 8744호 수준이다.
이는 전체 주택 건설 계획수요의 4.4%에 불과하다. 기존 주택의 멸실(3808호)을 제외한 실질적 순증가분 역시 4936호로, 신규 주택 수요량의 3.1%에 머무는 수준이다.
정비사업으로 인한 대규모 공급 과잉이나 시장 교란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상위 주택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 ‘3단계 분산 공급’ 전·월세 시장 충격 최소화
포항시는 일시적인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가 전·월세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철저한 ‘속도 조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는 정비사업 추진 단계를 2029년까지의 1단계, 2030~2033년까지의 2단계, 2034년 이후의 3단계로 세분화해 공급과 멸실 시기를 유연하게 분산 추정했다.
1단계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 진입한 장성1, 학잠1, 학산1 구역을 중심으로 3396호가 공급되고 1446호가 멸실될 예정이다.
이어 2단계에는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인 용흥4 구역을 중심으로 870호 공급이 계획되어 있다.
정비구역지정 초기 단계인 대신1, 죽도4, 죽도5 구역은 3단계로 분산돼 4478호가 공급된다.
이처럼 누적 공급량이 멸실량보다 항상 높게 유지되도록 조절함으로써 인위적인 주택 수급 불안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 장기화에 따른 주민 갈등
계획은 정교하지만 현장의 시계는 여전히 느리다.타 지역 사례를 포함한 조사 결과,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1년 6개월에서 최대 13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포항 내에서도 공공지원 부족과 사업성 부족, 주민 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장기 지연되는 구역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추진이 무산된 해제구역에 대해 소규모 주택정비나 도시재생사업 등 대안 사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향후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지역을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권장구역’ 지정을 도입해 노후 주거지의 체계적 관리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