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연극인 선배로 부터 며칠전 책 두 권을 선물 받았다. 건강까지 안 좋아져 정부의 지원금 40여 만원에 생계를 기댄 그 형은 문화예술인의 마지막 품위는 잃지 않으려는 양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을 헐어 양서를 구입해왔다. 먼저 읽은 뒤 내게 전해준 그 책은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미경)과 `민란의 시대-조선의 마지막 100년`(이이화). 앞의 책은 한 화가가 20년 동안 전국에서 찾아낸 구멍가게들을 펜그림과 글로 기록해 놓은 내용이다. 그가 어떻게 찾아냈던지 2008년 옛 포항역 철길 근처 신흥동에 있던 청송수퍼를 기록해놓은 책장에서는 오랜만에 추억에 잠겼다. 재야 사학자 이이화 선생의 책은 망국의 길을 걷던 후기 조선 전역에 이어진 민란들을 모아놓았다. 탄핵 촛불의 대열을 민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지인들과 모처럼 오붓한 자리를 함께 하면서 요즘 사태에 대한 동북아 주변국들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라는 두 군데였지만 일본에서는 현지의 한국인들을, 한국에서는 출장 중인 중국인 사업가를 만났으니 일본은 장소를, 중국은 국민을 보낸 셈이 됐다. 어찌 됐거나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촛불집회 현장의 치열함을 생각한다면 최근 시국을 한가한 노변정담(邊情談)의 화제로 삼기에는 부적합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의 중요한 현안을 비롯해 모든 이슈가 국가적 쟁점 하나에 삼투되고 있는 요즘 하루하루는 지역신문 제작 참여자에게 고역의 연속이었다. 지친 자에게 간만에 주어진 담소의 기회는 낙담한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만 머물지 않았다. 먼저 두 일본 지인과의 자리는 대통령 탄
측근을 둘러싼 대통령의 불행은 국민에게는 재앙이다. 우병우와 최순실로 상징되는 국민들의 골칫거리는 `우순실`이 나라를 말아먹는다는 신조어와 자조를 낳고 있다. 우순실. 1982년 대학가요제의 화면을 타고 영일만 한 켠에 흘러온, 비음 섞인 대학생 가수 누나의 `잃어버린 우산`은 떠꺼머리 중3 소년의 감성을 한참 동안 흔들어 놓았던 기억이 있다. `콘서트 7080`을 통해 다시 컴백한 우순실은 노래하는 그 자신이나, 듣는 나 자신이나, 흘러간 세월을 잊게 한 채 여전히 34년전 멘탈을 되살려 줬다. 지난주 퇴근 채비를 할 때쯤 난데없는 비가 내리길래 우산을 찾다가 `요즘 나라꼴`이 오버랩되면서 그 이름이 떠올랐다. 역시 연상은 사회적 파동이 있는지 결국 그 우순실이 요즘 피곤해졌다. 포털을 뒤져보니 멀
기억 속에 두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다. 한번은 대학 신입생 시절,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의 아들과 그 친구인 `동네 형님`들을 따라 엉겁결에 인천 영종도에 놀러가서 한밤중 텐트 속에서 태풍을 만났을 때이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기 전 허허벌판이던 그곳에서 재난에 무감한 풋내기들은 하필이면 그 위험한 바닷가에서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려다 모조리 참변을 당할 뻔했다. 지난 1주일 사이 여느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처음 경험한 지진의 공포는 세번째 고비라고 할 만했다. 문제는 다음 재앙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가항력이라는 데 있다. 언론은 재난이 발생하면 대피 행렬의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난 12일 지진에 급히 차를 몰아 신문사로 돌아오는 길은 영화에서 보던 상황이었다. 꽉 막힌 길을 빠져나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