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송된 모녀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7살의 어린 나이에 혈액 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린 딸 나연이와 엄마가 가상현실(VR)기술의 도움으로 만나게 되는 내용이었다.한 줄짜리 프로그램 요약과 짤막한 예고편 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목이 메었다. 본방송은 차마 보지 못하고 며칠 지난 후에야 찾아보았다. 본방 시청률은 높지 않았지만, 방송사 유튜브(Youtube) 채널 영상의 조회 수가 800만에 육박했다고 하니, 많이들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비판의 글도 보였다. 사람들의 감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거나, 남은 자녀들
신종 코로나가 나타났다. 전자현미경 없이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들이 자기보다 몇 천 만 배 더 큰 인간들을 상대로 맹위를 떨친다. 첨단의 21세기에 아직 치료제는커녕 정확한 감염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은 그들. 스스로 이동 능력조차 없는 그들은 인류가 만든 교통수단에 무임승차하여 대륙을 넘나들며 팬대믹(pandemic,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킨다.2016년 국민 안전체감도 조사 결과, 자연재해, 교통사고, 시설물 붕괴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신종전염병이 체감위험도 1위를 차지했었다. 사스(SARS), 신종플루, 메르스(
스마트시티 연구를 하다 보니 소위 ‘4차 산업혁명 관련 내용’으로 강의해 달라는 요청을 더러 받게 된다. 학생, 기업, 공무원, 일반 시민 등 강의 대상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청중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4차산업혁명이나 스마트시대는 자동화 시대의 연속이거나 아직 막연히 먼 미래 아닌가요? 얼마 전까지도 이제 곧 모든 게 자동화될 거라며 세상이 떠들썩했는데 주변을 보면 갈 길이 멀지 않은가요?”떠들썩했던 3.0 시대의 등장을 기억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앞세운 3.0의 시대는 마치 폭주하는 마법사처럼 ‘자동화’의 마술
얼마 전 영국의 브리스톨이라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회의장소인 브리스톨 대학으로 이동하는 중 택시기사님께 인사치레로 ‘브리스톨은 참 흥미로운 도시 같다’고 한마디 건네자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우리 브리스톨은 지금 런던을 능가하는 혁신적인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브리스톨의 혁신을 위해 시의회와 브리스톨 대학이 시민들과 함께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기사님의 이야기는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십 수분 간 길게 이어졌다. 브리스톨 시의회와 브리스톨 대학이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마트화 노력에 대한 기
최근 글로벌 IT 리더 기업들의 신제품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10, 11, 버전 숫자가 두 자릿수까지 올라가면서, ‘혁신’ 그 자체보다는 자연스러운 진화와 가성비를 통한 저변 확대에 방점을 두는 기업들. 발표회가 채 끝나기도 전, 리뷰어들은 ‘혁신은 없었다’, ‘특별함은 없었다’ 등의 싸늘한 반응들을 약속이나 한 듯 쏟아낸다.IT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 중에 기술 수용 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cycle)라는 것이 있다.혁신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시간차를 두고 확산돼 가는 것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볼
소방관, 경찰, 군인, 구급요원, 응급의료 종사자 등등. 공공의 안전과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자기 몸을 던져 위험을 상대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 언론은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벌어진 그들의 영웅담을 생생하게 전하고, 우리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린다.매번 그런 데자뷰 같은 반복을 접하는 필자의 감정은 이내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사명감으로 빛나는 제복 뒤에 가려져 미처 못 볼 수 있겠으나 그들은 우리 부모이고, 형제자매이고, 귀한 자식들이다. 국가와 도시 시스템이 취약하여 우리 가족인 그들을 자꾸만 순직하는 ‘도시 영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