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잊고 사는 전통문화가 계승되는 공간인 동시에 선비의 품격이 존재하는 도시. 안동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물론 맞는 말이다.하지만, 그것뿐일까? 그렇지 않다. 안동은 전통문화와 선비정신 외에도 여행자가 매료될만한 여러 가지 것들이 적지 않은 곳이다.‘코로나19 사태’가 한국의 관광산업을 피폐화시키기 이전인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안동시를 찾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인 안동한우, 헛제삿밥, 국수 등을 먹고, 안동댐과 임하댐을 둘러봤으며, 고색창연한 종택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안동엘 갔으니 당연지사
“화개천지홍(花開天地紅).”세상 어떤 꽃보다 먼저 봄을 알린다. 분홍빛 고운 ‘계절의 전령사’라 부를 만하다. 게다가 귀하게 피어 몇몇 사람만을 기쁘게 하는 게 아니다. 흔하디흔한 골목길에서부터 야트막한 산기슭, 심지어 청춘들 발길 분주한 대학 교정에까지 지천으로 피어나 바람에 꽃이파리 날리는 낭만과 서정. 그러니 ‘서민들의 꽃’이라 해도 좋으리라.벚꽃이 피어나는 3~4월이면 야박한 사람들 인심과는 무관하게 잠시잠깐 세상이 환하다.그래서다. 일찍이 선현들은 ‘꽃이 피니 하늘은 물론 땅까지 온통 붉다’고 감탄했다. ‘화개천지홍’이다.
안개와 외나무다리. 영주시 무섬마을을 떠올리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2개의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기자가 영주를 여행한 것은 지금까지 모두 3번. 2012년엔 시인·소설가 20여 명과 함께 문학답사를 위해 찾았고, 지난 2019년엔 경북 지역 23개 시·군의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방문했다.최근 그곳에 다시 가본 이유는 앞선 2번의 여행을 통해 고색창연한 영주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었다.여러 종류의 나물로 맛깔나게 차린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든 다음 날 새벽. 숙소를 나와 무섬마을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했다.
그가 세상에 머문 시간은 겨우 32년. 안타까운 죽음으로부터도 이미 2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럼에도 아파서 더 아름다웠던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뜨거운 눈물처럼 선명하다. 몹시 드문 사례다.한국엔 통기타 연주와 서정적인 노랫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이들에게 대구광역시는 가수 김광석(1964~1996)의 고향으로 기억된다. ‘서른 즈음에’ ‘거리에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랑이라는 이유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등병의 편지’ ‘기다려 줘’ ‘사랑했지만’‘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관광과 여행의 계절’로 불리는 봄이 눈앞에서 손짓하는 3월도 어느덧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경북의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코로나19 시대의 대세로 자리 잡은 비대면·비접촉 여행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대가야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고령군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지산동 고분군, 대가야수목원을 포함한 여러 가지 역사·문화유산을 간직한 고령은 “청정 자연이 숨 쉬는 다양한 비대면 관광지를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는 큰 그림을 그려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코로나1
드물게 ‘빼어난 경관’이 그 지역의 명칭보다 유명한 경우가 있다. 문경시의 ‘새재’(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 사이에 있는 높이 1천26m의 고개)가 그렇다. 아찔한 바위산과 울울창창한 숲이 어우러진 새재의 풍경은 ‘문경’이란 도시의 명칭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4년 전 한 번, 지지난해 또 한 번 문경새재를 찾았다. 여름엔 시원스런 그늘을 만들어 선물하는 것으로 관광객과 문경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오만가지 꽃이 피는 봄이면 그 향기가 깊은 골짜기까지 진동하는 곳.여행하는 이들이 드물어 조용한 겨울에도 더없이 낭만적이고,
기어코 왔다. 봄이다. 그러나, 이 봄이 마냥 반겨 맞을 귀한 손님 같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에선가?이미 수천 년 전 이런 노래가 세상을 떠돌았다.“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이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몹쓸 오랑캐들이 사는 땅에는 향기로운 풀도 아름다운 꽃도 피지 않으니, 봄이 왔지만 진정한 봄처럼 느껴지지 않는구나’라는 뜻.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호지(胡地)’는 오랑캐(야만적인 이민족)의 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라면 호지가 특정 지역을 가리키는 명사가 될 수 있었겠으나, 이젠 창졸간에 출현한 바이러스
경상북도 북부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유사한 말을 듣게 된다. 상주시, 안동시, 예천군 주민들은 “우리 고장이야말로 조선 유학(儒學)의 본산(本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터무니없는 과대 포장도 아니다. 이 지역이 배출한 유학자의 숫자와 학문적 성취로 일가를 이룬 선조의 숫자, 곳곳에 산재한 서원(書院)을 볼 때 지역민들이 가지는 긍지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상주시를 여행했던 몇 해 전. 경천대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거기서도 산책 나온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몇 분에게서
‘경북의 오지(奧地) 중 오지’로 불리는 봉화군.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에도 봉화는 한적한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북적거리는 인파와 현란한 네온사인을 피해 유년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 있는 ‘시골 마을에서의 며칠’을 꿈꾸던 관광객들은 봉화군의 피할 수 없는 매력에 빠졌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부산과 서울, 대구와 광주 등 인구가 최대 1천 만 명에서 최소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에서만 살아본 이들에게 겨우 몇 만의 주민들이 1970~80년대의 따스한 공동체적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봉화군은 그 자체
인간에겐 지금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고난이나 어려움이 세상 무엇보다 크고 아프게 느껴진다. 그건 사람의 한계이기도 하다.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2021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겐 그보다 더 큰 비극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하다.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금 숨 쉬며 살아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아득한 먼 옛날. 문자로 기록되지도 못한 시절부터 인간은 언제나 고통과 수난 속에서 살았다. 그걸 당신이 인정하건 그렇지 않건.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더 멀리는 중동과 아프리카에 고대국가가 존재했다. 의학기술이 현대처럼 발
지난해 초. 갑작스레 출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인류에게 환멸과 공포를 가져다줬다. 동시에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오만하게 행세했던 인간이 실상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무섭게 가르쳤다.그러나 100가지 나쁜 점 속에서도 굳이 찾아내자면 그 가운데 한두 가지 좋은 점은 반드시 있는 법.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한 해에 수백 만 명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숫자가 국내관광을 하는 한국. 하지만, 지난해부턴 외국은 물론이고 이웃 동네로 가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지구를 덮친 지난해. 사람들은 죽음이 삶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도사리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동양인과 서양인, 노인과 청년, 여자와 남자 구분 없이 언제든 다가설 수 있는 절멸의 공포.그 속에서 우리는 발견했다. 삶은 죽음 속에, 죽음은 삶 속에 웅크리고 있으며 결국 살아간다는 건 죽음을 향한 과정이란 걸. 슬프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러나, 공포가 모든 일상을 온전히 파괴할 수는 없는 일. 인간이 죽을 줄 알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건 자신이 소멸하는 존재라는 걸 가끔은 잊고, 때로는 의도
한국 사람들에게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때부터 지금까지 대략 50~60개 나라를 여행한 선배와 영덕의 해변을 돌아본 적이 있다.1990년대만 해도 한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운 외국의 여행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이 선배가 필리핀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를 찾았던 땐 그 아름다운 섬의 80% 이상 지역이 전기 없이 살았다고 하니. 최근엔 어떠냐고? 필리핀 대부분의 해변은 거의 부산 해운대 수준으로 한국인이 넘쳐난다. 거기에 중국인들까지 합류한 게 이미 오래 전이고.사파이어 색채로 빛나는 태평양의 낭만? 이제 보라카이엔
노벨상을 받은 미생물학자와 세균학자, 방방곡곡에 이름을 알린 미래학자와 ‘명의(名醫)’로 칭송받던 의사들…. 그들 중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또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 1년을 끙끙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야기다.지난 2020년은 바로 그 바이러스가 지구 전체를 공황과 공포 속으로 몰아놓은 해였다. 누구도 이 명백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첨단화된 의료 시스템과 최고의 의료진을 갖춘 미국과 서유럽부터 속된 말로 ‘박살이 났다’.전 세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던 휘황한 도시 뉴욕과 파리, 로마와 런던에 코로나19 바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