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아트선재미술관 `2012 현대미술의 시각전
`29일~12월2일… 수작과 신소장품 중심 전시

▲ 임멘도르프作

오는 29일부터 경주아트선재미술관 전관에 마련되는 `2012 현대미술의 시각`전은 그동안 아트선재미술관이 수집해 온 현대미술의 수작들과 함께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소장품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다양한 표정과 기억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오늘날 미술은 단지 미적 쾌락을 넘어 미술의 표현행위 자체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삶과 사물의 가치를 나날이 새롭게 인식해 가는 깨달음의 결과물이자 그 소통의 마당이기도 하다.
 

▲ 아바카노비치作

1층에서는 인체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삼베와 송진을 이용한 독특한 질감으로 인간 속에 내재된 역사적이고도 집단적인 기억들을 강열하게 표현한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막달리나 아바카노비치의 초대형 설치작품이 전시된다. 독립된 공간에 전시된 `등 80`은 인체의 등 부분을 도드라지게 강조한 군상 80개가 군중속의 소외감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 낸시 그레이브스作

2층 전시실에서는 마치 공장에서 프레스로 막 찍어낸 듯 보이는 미국 팝아트의 대표작가 탐 웨슬만의 철판 부조작품과 판화가 전시되며, 원색의 화려한 공간 속에 보석처럼 빛나는 데일 치후리의 유리 작품이 놓인다. 그가 창안한 독창적인 유리불기 기법으로 탄생한 작품들은 이태리에서 유리공예 기법을 익히고 미국으로 돌아 온 후 소규모 공예작품 제작의 전통에서 벗어나 강열한 색상과 다양한 형태의 작품제작에 매진해 환경과 설치미술에까지 영역을 확장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유화와 밀랍을 사용하는 독특한 조각 기법을 선보였던 미국의 여류 조각가 낸시 그레이브스는 마치 생명체와 같은 유기적 형태 위에 추상표현주의 스타일의 자유로운 페인팅을 더해 작품 전체를 하나의 올오버(All-Over) 페인팅으로 처리함으로써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조각을 선보였었다. 전시된 작품 `키메라(Chimer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산양, 꼬리는 용의 형상을 한 사나운 괴물이지만 그녀의 손을 통해 마치 열대의 화초 같이 화려하고 이국적인 형태로 새로 태어났다.
 

▲ 샘 프란시스作

사진작가로 시작한 장-마르크 뷔스타만테는 기억 속에 있는 장면을 연상 시키는 사진을 찾아내고, 이를 프로젝터를 이용해 확대한 다음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부분만을 추출해 플렉시글라스 위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프린팅해 작품을 완성한다. 그에게 사진은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작가가 창조한 기억의 이미지이고, 정신의 이미지로 재탄생 된다. 매우 개념적인 회화와 설치작업을 병행하는 이태리 출신의 작가 루돌프 스틴젤은 고무, 카펫, 페인트 칠 한 알루미늄, 스티로폼 등을 이용해 일상에서 발견한 이미지들을 부조나 압인의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해 낸다.

이는 물감을 캔버스에 그리는 전통적인 회화의 방법론에 대한 강한 의문을 만들어내면서 관람객을 혼란에 빠지게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통해 주변 사물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우리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매우 지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조각가 퀸터 우에커의 동생이자 1960년대 유럽미술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브 클라인의 아내인 독일의 여류조각가 로트라우트는 여성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감수성을 작품에 반영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잘 절제된 간결한 형태를 보여주는데, 전시기간 중 로비에 전시되는 작품 `Bridge of Love`는 상쾌한 바람에 긴 머리를 날리는 여인이 무지갯빛 하모니를 노래하며 우리를 이상향으로 인도하는 `사랑의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전시회는 12월2일까지 계속된다.
 

▲ 양지창作
▲ 키이퍼作

문의 (054)745-707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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