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줄어도 생산량 늘어
평년보다 35~44% 가격 급락
산지폐기·소비활성화 촉진 등
당국 판박이 대처도 한계 직면
가격안정 근본적 대책 세워야

농도(農都) 경북의 농정 목표인 ‘제값 받고 판매 걱정 없는 농업 실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양파에 이어 주양념 채소인 마늘도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해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게 한다는 정책목표가 공염불이 되고 있다.

25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의 양파와 마늘은 전국 생산량의 3위와 2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경북지역 재배면적은 양파는 3천309㏊(전국 점유율 15.2%)로 평년대비 46.7%가, 마늘은 5천998㏊(전국 점유율 21.6%)로 44.6%가 각각 증가했다. 반면 전년 대비 면적은 각각 17.7%(4천669㏊)와 2.3%(662㏊)가 감소했다. 하지만 풍작을 이루면서 생산량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고 이에 따라 가격도 급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양파 20㎏ 도매가격은 8천700원에 거래됐다. ㎏당 435원에 불과하다. 대구·경북 지역은 이보다 낮은 양파 20㎏에 도매가격이 8천5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3천460원)보다 35.4% 낮은 수준이다. 5년 평년 가격(1만5천630원)과 비교하면 44.3% 급락했다. 마늘도 공급 과잉에 따라 지난 10일 기준 서울 가락시장의 난지형 햇마늘 가격은 ㎏당 2천826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3천981원)보다 35.1%나 내렸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산 마늘 재배면적은 2만7천689㏊로 지난해 2만8천351㏊와 비교해 다소 줄었지만, 평년 2만3천728㏊를 크게 웃돈다. 생육 상황도 지난해보다 양호해 올해 마늘 생산량은 36만2천∼36만8천t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인 33만2천t보다 많을 뿐 아니라 평년 30만5천t보다 19∼21% 증가한 것이다. 마늘 생산량이 증가한 가운데 전국 평균 10㎏ 도매가격이 4만5천400원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7천972원)보다 21.7% 낮은 수준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는 수급안정대책으로 산지폐기와 농가 출하조절, 소비 활성화에 나섰다. 마늘의 경우 수급이 예상되는 과잉 생산량 3만7천t을 산지 출하기에 시장 격리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이 손잡고 마늘 소비 촉진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풍작으로 가격이 폭락한 양파대책의 판박이로, 사태가 터질때 마다 내놓는 무사안일 대책의 전형이라는게 현지 농민들의 볼멘소리다.

경북도도 지난달 마늘과 양파의 생산량은 평년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수급조절을 위해 채소류 생산안정지원사업비(마늘 116억1천600만원, 양파 7억2천300만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도는 양파의 불안정한 수급 상황 문제의 해법으로 소비촉진 운동을 돌파구로 제시했다. 도는 지난 18일 도청직원 대상 판매행사를 시작으로 7월 중 대도시 특판 행사, 상시 직거래장터 개설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소비촉진 대책을 적극 추진한다. 이날 판매행사에 앞서 양파 소비촉진의 일환으로 도청 구내식당에서 짜장면 먹는 날 행사를 가졌다.

또 정부정책과 연계, 양파의 시장격리를 위해 주산지 시·군을 대상으로 지난 10일까지 6천여t을 산지 폐기했다. 산지 폐기는 도내 460여 농가 82만㎡에서 진행됐다. 농가에겐 ㎡당 2천104원의 보전금이 지급됐다. 지역별로는 예천군이 27만9천여㎡로 가장 많았고 김천시가 23만5천여㎡, 안동시가 12만3천여㎡ 순이다.

지역 농민들은 “산지폐기와 같은 정부의 양파 수급 안정 대책은 빈껍데기 대책에 불과하다”며 정부 수매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의 농민 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의 농산물 수급 대책 시기가 너무 늦고 내용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생산량 통계도 엉터리”라며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기 위해서는 가격안정의 근본적인 대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산물의 유통개선도 좋지만 우선 생산물량이 수요에 맞게 생산돼 가격이 안정되어야 유통할 수 있는 것”이라며 “농민들이 무작정 특정 농산물을 재배하지 않도록 공공수급제를 도입하는 것도 가격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경북도는 2023년까지 5년간 2천884억원을 투입하는 ‘경북도 농식품 유통혁신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부문별 실천과제와 투자계획, 추진목표 등을 최근 밝혔다.

경북도 관계자는 “농작물의 경우 어느 한 지자체가 수급안전대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수급조절이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앙정부의 정책발표에 따라 동참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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