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지역 둑 공사중인 하천에
산란 위해 올라온 황어 수백마리
하루만에 물길 막혀 떼죽음 당해
자연친화적 하천 만든다면서
오히려 물고기 폐사로 몰아간 셈
“산란 후엔 어차피 죽을텐데…”
포항시는 처리에 수수방관만

8일 오전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에서 한 시민이 죽어 있는 황어떼를 가리키고 있다. 황어는 산란을 위해 이곳을 찾은 어종이다. 이날 냉천 곳곳에서는 냉천 정비사업으로 물길이 막혀 말라죽거나 흙탕물 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는 황어 수백 마리가 목격됐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8일 오전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에서 한 시민이 죽어 있는 황어떼를 가리키고 있다. 황어는 산란을 위해 이곳을 찾은 어종이다. 이날 냉천 곳곳에서는 냉천 정비사업으로 물길이 막혀 말라죽거나 흙탕물 속에서 길을 잃어 헤매는 황어 수백 마리가 목격됐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에 물고기 사체가 방치돼 있어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하천 정비사업으로 더욱 맑아진 냉천에 황어떼가 방문했다”며 지난 7일 생태하천으로서 냉천의 우수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포항시로서는 단 하루 만에 그 자랑이 무색해졌다.

8일 오전 냉천변에서 산책을 하던 시민들은 종종 발걸음을 멈추고 하천 쪽을 바라봤다. 성인 팔뚝만한 크기의 커다란 물고기가 마르기 일보 직전인 흙탕물 속에서 펄떡이고 있었기 때문. 자세히 보니 비슷한 상황에 처한 물고기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또한 말라붙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땅에는 이미 죽어버린 물고기가 넉넉잡아 수백 마리나 방치된 채 썩어가고 있었다.
 

산책을 하던 한 시민은 “어제만 하더라도 물이 있었던 곳인데 하루만에 저렇게 물고기 무덤이 됐다”며 “흙탕물 속에서 발버둥치는 물고기를 보니 안쓰럽다. 아직 살아있는 물고기만이라도 물이 흐르는 곳으로 옮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산란을 위해 냉천을 방문한 물고기가 오도 가도 못한 채 갇혀 죽는 상황은 냉천 하류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사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고기 사체가 발견된 곳 대부분이 공사를 위해 둑을 쌓으며 물길이 막혀버린 장소여서다.
 

냉천을 ‘자연친화적’ 하천으로 조성하기 위한 냉천하류 정비사업이 오히려 이곳을 찾은 물고기들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해당 사업은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산책로와 징검다리 등을 설치하는 것으로, 이날 역시 중장비 등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문제는 포항시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체 처리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는커녕 “원래 죽을 물고기다”며 믿기 힘든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포항시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며칠 전에 비가 와서 물이 흐르면서 황어가 왔는데 산란을 하고 나면 죽는다. 우리가 일부러 죽인 것도 아니다”며 “냉천이 건천이라 비가 온 뒤 곧 물이 마른다. 바다로 옮길 수도 없고 어차피 죽을 물고기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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