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희 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시인은 비 내린 다음 날의 풍경 속에서 세상의 부조화, 부조리에 어떻게 대응할까를 생각하고 있다. 조화롭지 못하고 기울어지고 잘못되어가는 세상은 그 무게를 더해 가는 데 대해 나약하게 회피하거나 물러서지 말고 정면으로 대응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