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연 옥
칠흙 같은 고요
길을 지우고 있다
어둠을 둘러 안은
희미한 불빛 점 하나에
온 몸을 맡긴다
잠을 밀어내며 길을 만드는 사람들
헥헥거리며 한발한발 좁혀가는 등짝
어둠 속 푸르다
무엇이 이토록 애타는 사랑을 하게 하는가
먼동 트는 새벽 핏줄이 꿈툴거릴 때
꾸물꾸물 소리가 눈을 부빈다
향기는 밀물처럼 심해로 몰려들어
잔잔한 파도로 스멀거린다
몸을 휘감는 아스라한 내음
검푸른 나무 물결 속
청아한 새들의 노래
또르를 은방울 사랑 소리
뻐꾸기의 애절한 울음 눈물
종일 쪼아대는 딱따구리의 소리
모든 생은 여기저기 흔적을 남긴다
열렬한 산악인이기도 한 시인이 한남 금북정맥을 무박으로 산행하며 쓴 체험 시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등정하는 등 그의 산에 대한 열정은 놀라울 정도인데 시인의 말처럼 무엇이 이토록 애타는 사랑을 하게 하는 것일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