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석 현

새벽길 달려 그대에게로 간다

시리던 별빛 이미 여위고

눈썹달 빠진 호미곶에 몸 부푼 파도도 붉어져 온다

밤안개 속 길을 열던 등불이 심지를 낮추고

따사로운 햇살 모으는 동해의 봄날

가슴 먼저 달려가는 그대의 길은

이미 밤을 새운 기다림으로 투명해지고 있는 것을

내 가는 길이 나에게 이르기 전에

그대 가는 길이 그대에게 이르기도 전에

이미 홀로 빛나고 있는 것을

그대에게 말하려

그대 나에게 말하려 발소리 죽이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오늘

우리 함께 가는 참 따뜻한 이 길

시린 별빛들이 이은 새벽길 달려 시인이 달려가는 그대는 어디이며 누굴까. 시인이 평생 혼신을 다해 달려갔을 그대는 도대체 누굴까. 내가 닿기 전에 이미 홀로 빛나는 그대, 아니 그대를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나처럼, 나를 향해 발소리 죽이며 달려온 그대는 누굴까. 어쩌면 볼 수도 없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그 무엇은 아닐까. 행복이라고 해도 좋고 사랑이라고 해도 좋고 운명이라고 해도 좋고, 절대자라고 해도 좋을 그대가 아닐까. 아니 어쩌면 그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닐까, 영원히 없을 수도 있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