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중

유리 구름들이 신경질적으로 구겨지고 있었다

(….)

까맣고 부드러운 백사장에 누워 수평선을 본다

눈부신 죄수들은 일렬로 빛의 레일을 깔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 묶여 뱅뱅 돌아 미쳐가는 암캐

풀을 당기면 지하의 손들이 뿌리를 꽉 쥐고 버틴다

(오, 오후는 사악하다)

햇빛을 부러뜨려 그 미지근한 수액을 핥는데

잘린 손가락은 가만히 초인종을 누르고

눈을 감으면 딩동!

교활한 머리통이 녹아내리네

(고막을 찢고 끝없이 기어나오는 저 개미떼)

유리 구름에서 예리한 우박들이 떨어져 내릴 때

미장원 간판, 여자의 전기 머리칼이 노랗게 탔다

(….)

시의 전개가 난해하기 짝이 없는 부분도 있지만 시인이 묘사하는 강과 나무는 피와 죽음을 비유하며 견디기 힘든 오후의 분열하는 자신의 영혼에 빗대고 있음을 본다. 성숙을 위해서 힘겨운 고통과 상처를 감내해가야 한다는 시인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