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세월을 지켜온 경주, 국민 모두를 안아주는 마음의 고향이죠”
“천년 세월을 지켜온 경주, 국민 모두를 안아주는 마음의 고향이죠”
  • 홍성식기자
  • 등록일 2021.04.21 20:16
  • 게재일 2021.0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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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문화일꾼' 신라문화원 진병길원장

때로는 소탈하고 어느 순간엔 호방했다. 웃음이 선량해 보여서 더욱 좋았다. 신라문화원 진병길(57) 원장은 숨김이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30년 가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와서일까? 표정에 그늘이나 구김이 없는 소년 같았다.

스물아홉 살 청년 진병길이 불교문화운동을 향한 꿈을 품고 몸담게 된 신라문화원. 이 단체는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단순한 문화재 관람에 그치지 않고, 문화재 속에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문화 콘텐츠 개발을 통해 경주가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써왔다.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의 문화 수혜 격차를 줄이고 모두가 균형 있게 생활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역시 신라문화원의 지향점이다.
 

불교문화에 관심 많던 경주토박이 청년

신라문화원 개원, 28년째 문화재 지킴이로

한국문화재돌봄협회장 세 번 연임하며

경주지진 피해 문화재 복구 등 앞장서 와

남산지도·문화유적 지도 제작에도 한몫

“숨은 보물 서악마을 가꾸기에 심혈

다시 찾는 경주만들기에 앞장설 터”

신라문화원이 기획해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한 ‘신라 달빛기행’과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은 어디에나 있는 어둠·달빛·추억이라는 무형자산을 경주만의 방법으로 창의성 담아 연출해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5년 안동문화지킴이와 더불어 ‘문화재 지킴이 운동’을 시작한 신라문화원은 ‘1단체 1문화재 가꾸기 운동’을 펼쳤고, 2010년부터는 ‘신라문화원 문화재돌봄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진병길 원장은 한국문화재돌봄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2016년 경주 지진 때는 회원들과 함께 훼손된 문화재 복구에 힘을 쏟았다.

현재 신라문화원이 애정을 기울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서악마을 가꾸기 사업’이다.

주변 문화재 정비는 물론, 철 따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도 심었다. 여기에 마을 경관 개선사업과 환경 정비까지.

지난 3월엔 무열왕릉 옆에 휴게공간 ‘서악25번가’도 열었다. 이처럼 새 단장을 마친 서악마을에선 주민음악회 등이 열리고 있다.

그간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자체, 지역민, 시민문화단체, 경주를 아끼는 외부인 모두가 힘을 모아 ‘다시 찾는 경주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신라문화원.

진 원장은 “지속적인 사업으로 지역민의 일자리 만들기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희망 또한 밝힌 바 있다.

천년고도 신라의 문화재와 경주 사람들 속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하며 ‘행복한 문화일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진병길 원장을 지난주 목요일 서악마을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날 오간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고향은 어디이고, 유년 시절의 기억은.

△1964년 경주 산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경주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동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천포로 이사를 하고 나서야 전깃불도 보고, 텔레비전도 보고, 기차도 봤다. 초중고교를 경주에서 졸업했고, 대학도 경주 동국대 국사학과를 다녔다. 어릴 때부터 불교에 관심이 있었고, 불교 유적이 많은 역사도시 경주가 좋았다.

-신라문화원 원장이다. 어떤 단체고, 언제 설립됐나.

△1993년에 만들어졌다. 내가 주도해 만든 단체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불교학생회장을 맡았다. 졸업 이후에도 불교문화운동을 하고 싶었다. 내가 공부한 국사학과는 답사를 자주 다닌다. 거기서 만난 문화유적들이 내 감수성과 미래의 꿈을 자극한 것 같다. 불교문화운동의 핵심은 ‘설득’이라고 생각한다. 신라문화원은 경주의 문화유적을 사람들과 보다 가깝게 만들고, 문화재를 알리고 보호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벌써 2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신라문화원에서 일하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은.

△한국문화재돌봄협회 회장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경주 지진이 났을 때 전국에서 많은 회원들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기꺼이 경주로 와 문화재 피해 복구와 보수에 함께 땀 흘린 시간은 누가 뭐래도 감동적이었다. 특히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황리단길 가옥들의 기와 보수 작업을 한 8주가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포항에서 지진이 났을 때는 신라문화원 직원들이 포항 인근에 배치돼 단 4시간 만에 문화재 피해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문화재청과 신문사와 방송사 등에 전달했다. 최소 며칠이 걸릴 일을 짧은 시간에 해낸 걸 보고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다. 그런 차원에서 문화재돌봄협회는 ‘문화재 119’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 또 있는지.

△20여 년 전에 경주 남산 지도와 경주 문화유적 전도를 만들었다. 지리학자 송재중 씨가 조사한 것을 토대로 제작했다. 남산 등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돈이 되지 않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믿는다. 젊었던 시절이라 발로 뛰며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웃음)

-한국문화재돌봄협회 회장을 3번 연임했다.

△전국 23개 단체가 모인 조직이다. 2011년 복권기금을 재원으로 발족됐다. 올해로 5년째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엔 10주년 기념행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물론, 문화재 관리와 보호에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 여러 명이 참석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문화재돌봄협회는 가성비가 높은 단체”라는 축사를 한 게 인상적이었다. 평상시엔 ‘예방적 관리기법’을 통해 각종 문화재를 보호하고 관리한다. 지진 같은 비상상황이 오면 앞서 말했듯 피해 조사와 복구 등 문화재 관련 119의 역할을 하게 된다. 회원은 800여 명, 관리하는 문화재는 8천600여 점이다.

-오랜 시간 경주와 함께 했다. 어떤 매력이 있는 도시인가.

△고대왕국 신라의 수도인 경주는 도시 전체를 박물관이라 불러도 좋은 곳이다. 문화재의 응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황리단길도 주변에 문화재가 있었기에 더 크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조가 물려준 문화재를 관광자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시민들이 긍정적 마음으로 참여해준다면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다.

-경주를 찾는 여행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은.

△경주 남산도 좋고, 불국사도 좋고, 감은사지도 좋다. 어느 한 곳만 말하기엔 경주의 매력이 너무 크다. 꼭 한 곳만을 추천해야 한다면 서악마을을 권해주고 싶다. 지금까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선도산이 자리한 서악마을은 5개의 왕릉과 미학적 가치가 뛰어난 불상, 사액서원인 서악서원, 도봉서당 등이 있는 경주의 보물 같은 곳이다. 1시간 정도 천천히 돌아보면 제대로 된 경주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문화재와 유적,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힐링과 명상의 공간으로 서악마을을 변모시키고 싶다. 현재도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경주는 도시 전체를 박물관이라 불러도 좋은 곳이다. 문화재의 응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선조가 물려준 문화재를 관광자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시민들이 긍정적 마음으로 참여해준다면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다.
 

문화유산 관리와 보수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문화재돌봄협회 회원들.
문화유산 관리와 보수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문화재돌봄협회 회원들.

-젊은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게 할 방법은.

△황리단길의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민간이 먼저 나서 관광 인프라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뜻 있는 몇몇 사람의 열정은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서악마을도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이 찾고 싶은 공간이 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의 지원과 도움이 더해진다면 젊은 관광객은 물론, 가족 단위 여행객과 어르신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경주를 찾게 될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경주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우리 국민 모두가 따스하게 안길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 아닐까?(웃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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