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일 근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구나

저 산에 들에 저절로 돋아나 한 세상을 이룬

유월 푸른 새 잎들처럼, 싱싱한

한 잎 한 잎의 무게로 햇살을 퉁기며

건강한 잎맥으로 돋아나는 길이 여기 있구나

때로는 명분뿐인 이 땅의 민주주의가,

때로는 내 혁명의 빛바랜 꿈이,

칠판에 이마를 기대고 흐느끼는

무명 교사의 삶과 사랑과 노래가

긴 회한의 그림자로 누우며 흔들릴 때마다

너희들은 나를 환히 비추는 거울

나는 바다가 보이는 교실 창가에 서서

너희들 착한 눈망울 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노라면

저마다 고운 빛깔과 향기의 이름으로

거듭나는 별, 별들

저 신생의 별들이 살아 비출 우리나라가 보인다

내 아이들아, 너희들 모두의 이름을 불러 손잡으며

걷고 싶어라 첫새벽 맨발로 걷고 싶어라

너희들 속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고

내가 걷고 걸어 가 닿아야 할 그 나라가 있구나

한 때 교사로 교육현장에서 참교육 실현을 위해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 시인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는다. 허울뿐인 민주주의의 미명 아래 무명교사의 삶과 사랑과 노래가 무너져 내리는 모순의 교육현장에서 희망을 가꾸어 가는 착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그들의 이름을 뜨겁게 호명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