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2030 개인파산 증가
하루아침에 일자리 증발 다반사
지역 파산자 중 2030 차지 비율
지난해 12월 6.9%서 점차 늘어
올 3월 10.5%로 2배 가까이 육박
주식 등 ‘인생 한 방’ 집착 경향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빚더미에 눌린 자영업자와 일자리를 잃은 직장인들의 개인파산 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파산 접수를 한 사람 대부분이 5·60대 중장년층인데, 올 들어서는 청년층의 신청이 늘어나 2·30대 비중이 전체 개인파산의 10%에 육박한다. 코로나 절망에 지역 청년들이 무너지고 있다.

26일 대법원이 공개한 개인파산사건 공고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대구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개인파산 사건은 모두 3천128건으로 이 중 999건에 대해 파산선고 결정이 내려졌다. 월별로는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416건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12월(318건)과 비교해도 100건가량 증가한 수치다.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이들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 중장년층의 노년 복지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최근 포항에서는 북구 용흥동에서 30여 년간 영업해온 우방스포츠센터가 코로나 여파로 지난달 31일 폐업했다. 센터 대표 A씨(64)는 “코로나 장기화로 지난 1년간 수억 원의 빚이 생겨 그동안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3월 18일자로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 예정 통보를 받아 3월 31일부터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A씨가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 예정 통보를 받은 지난달 18일, 이날 대구지방법원 제7파산부는 A씨처럼 빚을 못 갚을 위기에 놓인 72명에 대해 파산선고 결정을 공고했다.

중장년층만 파산 법정으로 몰려드는 건 아니다. 대구지방법원에는 파산 절차를 밟으려는 2·30대 발걸음이 잦아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파산선고 결정 처분을 받은 개인파산 신청자 중에 2·30대 비중은 6.9%에 그쳤지만, 올해 1월 7.5%, 2월 8.0%, 3월 10.5%로 점차 증가했다. 개인파산 선고를 받은 10명 중 1명이 젊은이란 얘기다.

특히 공항·여행사 등 관련 업종에서 일하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생계가 끊긴 청년 직장인들이 버티다 못해 파산이란 마지막 구제처를 찾는 실정이다. 다니던 회사나 일하던 가게가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거나 사라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90년대생도 있다. 보통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데,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들도 일자리를 잃거나 급여가 줄어 빚을 갚기 어려울 경우 파산을 택하는 분위기다. 대부 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아 빚만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는 청년들도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으로 ‘인생 한 방’을 꿈꾸는 청년들은 점점 증가하는 모양새다.

포항의 한 철강공단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B씨(34·남구 문덕)는 “출근 후 오전 9시만 되면 다들 화장실이나 각자 아지트로 흩어져 주식장부터 확인한다”며 “점심시간에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코인 시세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 돈 벌어봐야 내 집 하나 장만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주식이나 코인으로 한 방에 떼돈 벌겠단 풍조가 만연해졌다”고 했다.

휴학 후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용돈 벌이 중인 대학생 한모(23)씨는 “알바 수입을 종자돈 삼아 암호화폐를 시작했는데 한 두 달 만에 몇 배씩 벌고 나니 취업에도 흥미가 안 생긴다”며 “우리 세대가 좋은 직장에 들어간들 다달이 월급 모아 언제 결혼하고, 내 집 마련해 자식 낳아 키우겠나. 위험 부담이 크더라도 인생역전 승부를 보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가 지금 당장은 암호화폐에 뛰어드는 것뿐”이라고 암담함을 토로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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