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숙 월

마을 앞 느티나무, 큰 집 한 채 지었다

제 몸 열어 공중에 지은 넓고 둥근 집

안팎에 도배를 했다 지웠다

방안에 햇빛을 못 들어오게 했다 들어오게 했다

수십 년 걸려지어도 미완성이다

넓이는 알아볼 필요가 없다

앞으로 얼마나 더 넓히고 손을 볼 것인가는

그 집에 자주 가는 사람도 모른다

좋은 집 한 채 지어 바치기 이다지도 어려운가

기초공사도 집을 다 지어야 끝이 난다

종이에 한 설계로는 답이 안 나온다

느티나무, 오늘은 쉼표로 찍어져 있다

그늘에서 세상을 읽는데도

쉼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을 앞 오래된 느티나무가 봄이 되어 연두 새 잎을 낸다. 그리고 짙은 녹음으로 풍성해졌다가 가을이면 잎을 떨구는 일들이 오랜 세월 계속 순환되는 것을 바라보며 시인은 느티나무에서 지워지지 않는 세월의 무늬를 읽고 있다. 수십 년이 걸려도 완성되지 않는 느티나무가 공중에 짓는 넓고 둥근 집은 세월을 몸에 새기고 있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