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북구 장량·양덕동 주민, 지반 침하 피해·불안 호소
곳곳에서 붕괴위험 우려 강관파일 설치 등 건물보강 공사

28일 오후 지반침하로 건물이 기울어진 포항시 북구 양덕동 한 원룸 건물에서 기둥 옆에 강관파일을 박는 기초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기울어지는 건물에 보강공사를 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에서 가장 큰 동(洞)지역인 북구 장량동 일대에 대규모 지반 침하가 나타나 관계 당국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인근 주민들은 지난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 이후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점점 가속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지진피해 보상 문제로 확대될 전망이다.

28일 오후께 찾은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필로티 구조 원룸 1층에는 원통형 콘크리트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지반침하로 건물이 뒤틀려 성인 한 뼘보다 큰 둘레의 콘크리트들이 이리저리 동강 난 상태였다. 건물 보강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인부는 “헬리컬(강관)파일을 바닥에 심기 위해 기존에 심어져 있던 파일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마 지하로 30m까지 박힐 것”이라고 말했다. 원룸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을 가운데 두고 사방에 심어져 있던 기존 파일을 해제함과 동시에 강관파일을 새로 설치, 지지력을 높임으로써 건물 붕괴 위험을 낮추는 작업 중이었다. 이어 그는 “지금 이 건물은 기울어져 있어, 방문을 열어두면 저절로 닫히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귀띔했다.

십여m를 지나 있는 한 건물의 담벼락에 십여 개의 나무 막대가 받쳐져 있다. 지하 주차장 바닥에 높낮이 편차로 담이 기울어지면서 무너질 것을 대비한 조치다. 인근의 한 교회는 마주 닿아있는 차도보다 30㎝ 정도 내려앉아 있었고, 외관상 기울어짐이 뚜렷하게 보였다. 말 그대로 동네 전체가 ‘울퉁불퉁’한 상태였다.

이곳에서 차량정비업을 하는 A씨는 “우리도 작년에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예전 건물에 대한 기초 보강 공사를 다시 했다”면서 “단층이었는데도 35m 지하까지 파일을 박았다. 무려 5층 건물의 지반 공사에 해당하는 공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구 7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장량동 일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도로가 기형적으로 내려앉아 있는 모습을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건물의 콘크리트나 도로의 아스팔트, 대리석까지 종류에 상관없이 지반 침하로 갈라지거나 부서지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11·15포항지진 이후부터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량동 주민 김모(59·여)씨는 “양덕동이 신도시라서 처음에 조성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지진이 나고부터 땅이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돈이 있는 분들은 공사라도 하지만, 없는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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