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영

눈 감기듯

눈 감기듯

겹겹이는 누워서

먼 산이야

부르면 연이어

돌아눕는 산

밤늦도록 바라보는

나 혼자

먼 산이야

언제든 눈 감으면

눈 감기듯 넘어가는

먼 산이야

시의 제목은 수많은 산이 이어지고 겹쳐지는 듯한 느낌을 줄지 모른다. 그러나 자세히 음미해보면 이 시에서는 눈에 보이는 실제의 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상의 세계를 넘어선 시인 내면의 세계에 존재하는 산에 시인의 마음이 쏠려 있다. 현상의 세계는 유한하며 점점 소멸에 이르는 것이기에 눈 감아도 사라지지 않고 가슴 속에 떠오르는 존재에 대한 희구가 짧은 시에 잘 드러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