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과거 사과’ 촉구에
정진석 “묵은 감정 씻어 버려야”
야권 내 내홍 길어질 땐
윤 ‘제3지대 선택’ 변수 가능성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보수 진영의 질긴 악연이 대선국면을 앞두고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의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소위 적폐 수사를 현장 지휘할 때 ‘친검무죄, 반검유죄’ 측면이 전혀 없었는가”라며 윤 전 총장에게 과거의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라고 촉구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윤 전 총장이 야권통합 후보가 되려면 먼저 ‘과거사’를 분명히 털고 가는 입장 표명과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이날 김 의원의 공개사과 요구는 윤 전 총장을 차기 대권 주자로 영입하려는 국민의힘 당내 분위기를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이 지휘한 국정원 댓글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 의원이 개인적 해원의 차원에서 제기한 것을 볼 수도 있지만, 보수 야권 진영과의 악연에서 비롯된 화학적 결합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윤 전 총장이 검찰에서 근무할 당시 국정원 댓글과 국정농단 사건 등 보수진영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사건을 맡거나 지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보수층 일부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과 불신을 표명하는 측도 있다. 그래서 정부와 날을 세우면서 총장직에서 사퇴한 뒤에도 박영선 전 의원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의 친분을 들어 “민주당 후보로 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윤 전 총장으로선 보수 정부 인사들을 수없이 감옥에 보낸 전력이 보수야권의 대선후보로 자리잡는 데 장애로 작동할 수 있다는 걱정이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현재로선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조직력을 등에 업고 야권 단일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여권 후보와 건곤일척 승부를 겨루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홍 의원 등 대권 경쟁자들을 중심으로 검찰에 근무할 당시의 행적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라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윤 전 총장의 성정상 댓글 및 탄핵 수사가 전적으로 옳았음을 강조하며 제3지대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당내에선 정권교체가 절체절명의 과제인 만큼 과거는 거론하지 말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29일 김용판 의원의 사과 요구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 전 총장은 사법 체계에서 주어진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묵은 감정은 정권교체의 큰 강물에 씻어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옛 친박계인 김태호 의원도“대한민국을 지키고자 직을 걸었던 윤 전 총장을 기억한다”며 “우리와 함께 합시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어 윤 전 총장을 응원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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