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군주민수(君舟民水)’라고 했던가? 성난 민심이 배를 뒤집었다. 4연승 후 서울·부산 보선에 참패한 여당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에 당황하고 있다. 그렇다고 승리한 야당의 형편이 나은 것도 아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실정에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 유력한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生物)’이어서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혁신(革新)’과 ‘중도(中道)’가 승패를 가르는 핵심 키워드(key word)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편견과 독선을 버리는 중도정신으로 혁신하고, 혁신을 통해서 중도의 마음을 얻는 정당이 승리한다. 공정과 통합을 위한 혁신과 중도가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나를 바꾸는 것이다. 진보는 진보를 내려놓고, 보수는 보수를 내려놓아야 혁신할 수 있다. 한국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흑백논리’와 ‘내로남불’은 진영정치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위선적인지를 말해준다. 이념에 갇힌 좌우 꼴통들의 수구적 행태로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기득권이 되어버린 진보가 비판을 수용하여 혁신하지 못했으니 참패한 것이다. 권력도 술처럼 취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중도란 무엇인가? 중도는 중간(中間)이 아니라 근본(根本)바탕으로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른 길이다. 중도는 이분법적 사고를 초월하며, 극단적 견해를 삼가고,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정신이다. 정치적 중도층은 보수와 진보의 중간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에서 정도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정·정의·실용을 지향하는 심판관이다. 여론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유권자들의 성향은 대체로 중도 48%, 보수 25%, 진보 27% 내외로 분석되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극단적 지지층’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진영논리로부터 자유로운 ‘합리적 중도’가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이고 제3지대 인물들도 일제히 대선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누가 대권을 잡을 것인가? 민심을 얻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어떻게 민심을 얻을 수 있나? 혁신과 중도다. 이 두 개념은 제3지대 인물, 예를 들어 현재 대선후보 지지도 1위인 윤석열과의 연대도 가능하게 해주는 필승의 키워드이다. 어느 진영이든 혁신을 부정하면 중도가 이탈함으로써 패배할 수밖에 없다.

나라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정치인(statesman)들의 정당은 제대로 혁신할 것이지만, 나를 위해 나라를 이용하려는 정치꾼(politician)들의 정당은 속임수를 쓰려고 할 것이다. 중도를 우습게보고 오판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념에 구속되지 않는 합리적인 중도는 ‘누가 국민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실정의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내 탓임을 깨달아서 과감히 혁신하는 정당의 후보자가 중도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대권을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