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수식어가 주렁주렁 달린 5월이다. 그래서인지 5월만 되면 설렌다. 이런 필자를 보고 지인들은 5월을 탄다고 놀린다. 다음은 필자의 마음과 똑같은 마음의 시다.

“5월엔, 왠지 집 대문 열리듯/뭔가가 확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그곳으로/희망이랄까 생명의 기운이랄까/아무튼 느낌 좋은 그 뭔가가/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5월엔, 하늘도 왕창 열려/겨울 함박눈처럼/만복이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 든다/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5월엔, 천지를 가득 채우는/따사로운 햇살에/오래 잠겼던 마음의 문 활짝 열고 집먼지진드기 같은 잡념을 태워보자 (….)” (안재동 ‘5월’)

지면 관계상 시 전문을 인용하지 못함이 아쉽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특히 선생님께 꼭 작품의 전문을 읽어보실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올해 5월에는 시인의 생각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5월, 이 좋은 날,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고개 한 번 바로 들지 못하고, 그래도 우리 사회 어딘가에 숨어 있을 희망을 찾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희망의 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

특히 우리 사회의 미래라고 하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는 희망의 문이 좀 더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불행한데 부모가 행복할 리 없다. 부모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자신의 힘듦 정도야 거뜬히 이겨낸다. 그게 바로 부모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같은 부모 DNA다. 그 유산으로 이 나라가 이만큼 발전했다.

어찌 되었든 부모님과 이 나라를 위해서 5월 한 달만이라도 학생들이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 웃음 속에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대한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을 친구들과 나누고 나누어 학교 전체가 즐거움으로 충만했으면 좋겠다.

학교만 생각해도 즐거운 웃음꽃이 피는 나라, 그 웃음꽃의 결실로 모두가 행복한 나라의 바탕이 올해 5월에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5월 학교를 학생들에게 돌려주자. 단순히 교육과정 채우기식 체험학습이나, 또 의미 없는 학생 동원 행사 따위는 제발 계획조차 하지 말자. 그리고 성적 따위로 학생들을 겁주는 비겁함에서 벗어나자. 교과 진도와 같은 교사 중심의 구시대적 핑계 따위는 생각지도 말자. 이 나라 교육의 종착지인 대학교들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제발 잊지 말자.

5월 한 달만은 모든 것을 철저히 학생들의 측면에서 생각하자. 학생들이 마음껏 자신의 5월 학교생활을 설계하도록 하자. 만약 학교 교육활동 전반에서 이것이 어렵다면, 교과 수업에서만큼이라도 이것을 실천해보자. 또 5월 한 달이 어렵다면, 정말 단 한 시간만이라도 학생들이 학교와 수업의 주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제발 좀 주자.

5월 학교에는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 역량인 “자기관리 역량, 심미적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중에서 단 하나라도 학생들이 제대로 느끼는 시간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