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도심 신흥동 일대
‘우리동네살리기형’ 사업 진행
지역 주민 주택 옆 10여 평 공간
재활용쓰레기 선별장 조성 놓고
주민·주민협의체 입장 달라 중단
市 “주민 협의 없는 실행은 없어”

포항 신흥동 재활용쓰레기 선별장 조성사업이 추진 중인 포항시 북구 신흥동 675-18번지. 담벼락과 마주닿아있는 곳이 조씨의 집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포항 신흥동 재활용쓰레기 선별장 조성사업이 추진 중인 포항시 북구 신흥동 675-18번지. 담벼락과 마주닿아있는 곳이 조씨의 집이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지난 3일 오후에 만난 포항시민 조성례(북구 신흥동)씨는 억울함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조씨는 집 뒤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집밖을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문 앞에서 마주친 공사장 노동자들과 공무원들은 다짜고짜 “담벼락을 철거하러 왔다”면서 조씨의 집과 마주 닿아있는 담을 철거하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려고 했다.

집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조씨가 일단 맨몸으로 공사를 막고서 현장 관계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그를 더욱 기가 차게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 벽면에 동네 전체 주민들이 이용하는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이 생긴다는 소식이었다. 격분한 조씨가 즉각적으로 포항시청을 항의방문해 민원을 접수하면서 철거 공사는 막을 수 있었다.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지시켰지만 언제 다시 공사가 진행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씨는 이후 매일 창문 밖으로 자신의 담벼락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있다.

조씨는 “우리집 바로 옆에 포항시가 땅을 사서 분리수거장을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나한테 도장도 안 받아가고 문의도 안하고 와서 철거만 하려고 한다”면서 “쓰레기분리장이 생긴다고 하니 벌써 윗집에 사는 세입자는 쓰레기 냄새를 우려해 전세금을 돌려달라고까지 하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포항 구도심 일대에 추진되는 도시재생사업이 주민 간의 갈등 속에 삐걱대고 있다. 포항시 북구 신흥동 일대에는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뉴딜 공모에 선정된 ‘우리동네살리기형’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주민들이 주도해서 마을을 가꾸고 꾸미는 ‘바텀-업(Bottom-Up)’사업이다. 주민들로 구성된 신흥동 주민협의체가 해당 사업을 전담해서 진행하고, 포항시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화합과 조화로움, 상생이 이 사업의 핵심 과제다.

주민협의체는 사업의 하나로 조씨의 집 담벼락과 붙어있는 10여평 남짓한 공간을 매입해 마을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총회 등을 거쳐 주민 동의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조씨 가구의 동의는 받지 않고 사업을 진행, 도의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씨 사례와 비슷한 사례는 지난해에도 발생했다. 지난해 신흥동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는 다른 장소에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을 설치하려다 사업예정지와 맞닿아있는 가구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했다. 그 자리에는 분리수거장 대신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들어섰다. 언제든 이런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 앞으로의 사업 진행도 불투명하다.

포항시는 신흥동 도시재생사업이 주민 주도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사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민 협의가 없는 사업의 실행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포항시 관계자는 “주민협의체에서 해당 주민과 합의가 안돼 포기하면 사업 추진을 안하면 된다. 강행이고 말 게 없다”면서 “사실 이 사업을 위해 주민협의체 회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수차례 조씨집을 찾아갔는데 만나지 못했다고 들었다. 사업과 관련한 주민 총회나 설명회도 여러차례 개최하긴 했다”고 전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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