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이 화

봄이라고

모든 나무가 꽃피우는 건 아니다

나무의 나이테엔

그 나무의 전생

또 그 전생의 전생이 기록되어 있다

아니, 그 후생까지

아름다운 타원형 속에 비밀스레 내장되어 있다

따라서 우연한 봄날 우연히

꽃피우는 나무란 없다

거역할 수 없는 윤회의 법칙처럼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순환

그래서 저 벚꽃

일생 중

오로지 4월의 미풍에만 황홀하게 전율한다

내 몸속

수천억 개의 세포는

내 전생의 잎, 잎들

그래서 당신, 그 봄날 같은 입김에

그토록 뜨겁게 반응했던…

4월의 미풍에 황홀하게 전율하며 꽃을 피우는 벚꽃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거역할 수 없는 인연의 고리 때문이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은 사랑도 시공을 초월해서 인연과 순환이라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는 확신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