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사회 진단 / 심각해지는 가족 해체 (2) 멀어지는 부부사이
작년 중장년층 이혼 3만9천여건
1990년 집계 이후 최대치 기록해
부부이혼으로 인한 가정파탄은
심각한 사회적 병리현상 일으켜

부부간의 갈등을 주제로 JTBC가 방영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가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미디언들이 출연해 자신들의 일상적인 결혼생활을 가능한 한 리얼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MC 박미선이 매번 “이혼 1호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대놓고 말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코미디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재치로 부부갈등을 극복하면서 일상 생활을 하는 성공스토리를 담고 있다.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던 연예인 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이혼했다는 뉴스가 흔하게 들리면서, 이혼문제에 대한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이 시사하듯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이혼 가정이 가족의 한 유형으로 일반화됐다. 과거에는 자녀 문제와 주변 시선, 자존심, 체면 때문에 사실 이혼을 결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사회공동체나 가족공동체 구성원간의 연대의식이 약화하면서 나이에 관계없이 이혼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앞으로 이혼에 따른 가정 해체 속도도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혼이혼’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을 암시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년 이상 혼인을 지속한 부부의 황혼이혼은 3만9천671건으로, 전년보다 3.2%(1천225건)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0년 이후 최대다. 1990년 황혼이혼 건수는 2천363건에 불과했다. 30년 만에 17배나 늘었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42.6% 증가한 수치다.

고령 인구가 늘고 있는 데다 장수(長壽)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 50~60대에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고 산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인생 20~30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살자니 고생이고 이제 와 안 살자니 창피하다. 평생 참고 살아 마음에 화병이 가득하다. 남편은 지금도 재산 가지고 유세다. 자녀들도 재산 있는 아버지 편만 들고 있다. 자식 보고 살았는데 자녀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내용은 노년의 부부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있다. 91세 최고령 여성 상담자는 “남편이 외도와 폭력을 행사하는데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살았다. 남편은 90대 중반인데 아직도 정정하고 바람을 피운다. 며칠 전에도 맞았다. 이제껏 참고 살아온 내가 불쌍하다”면서 이혼 상담을 했다고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상담 통계를 보면 여성의 이혼상담 사유는 1위가 남편의 부당대우(폭력)였고, 2위는 장기별거, 성격차이, 경제갈등, 빚 등의 기타사유, 3위는 남편의 가출이었다. 남성은 1위가 기타사유, 2위가 아내의 가출, 3위가 아내의 부당대우(폭력) 순이었다. 여성은 ‘폭행당했다’, 남성은 ‘아내가 나를 버리고 나갔다’는 호소가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모든 이혼케이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부이혼으로 인한 가정파탄은 심각한 사회적인 병리현상을 가져온다. 아빠, 엄마가 헤어짐으로 인해 우선 자녀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대체로 나이가 어릴수록 충격은 더 커진다. 어린 아이부터 한참 예민한 사춘기에 이르기까지 부모라는 존재는 자신의 세상과 다름없다. 부모가 웃으면 아이가 행복하고, 부모가 찡그리면 아이도 불행함을 느낀다. 소년범 대부분이 이혼·사별·가출 등으로 인한 한부모·조손 가정에서 나온다는 통계가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혼은 아동학대의 위험성도 엄청나게 높인다. 자녀가 아버지에게 맡겨질 경우는 방치의 형태로, 어머니에게 맡겨질 경우는 물리적 폭행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모부부가 10살 조카를 학대하고 물고문하며 숨지게 한 경기도 용인 사건도 아이 부모의 이혼에서 비롯됐다. 숨진 아이 엄마는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워오다 이사와 직장문제로 아이를 언니집에 맡겨 놓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민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한 이 사건은 이혼을 쉽게 생각하는 우리사회 일각에 대해 경종(警鐘)을 울리고 있다.

/심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