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치 풍향계
생뚱맞은 영남권 배제론
침묵 일관하는 지역 의원 행태엔
유권자들 자조 섞인 한탄 잇따라
리더십·지도력 공백 말하는 이도

영남권 배제론은 생뚱맞은 논제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권 경쟁을 벌이면서 당원 비중이 가장 큰 영남권을 배제하자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다는 말이다.

지난주 대구경북의 지방정가는 영남권 배제론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었다. 지역의 언론들도 영남권 배제론은 영남에 대한 배신이자 저급한 정치전략에 불과하다는 말로 표현했다. 영남 출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영남 출신이든 비영남 출신이든 선택은 당원과 여론이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모 일간지에서는 영남권 배제론은 “지난 총선에서 보인 영남권의 압도적인 지지를 폄훼한 것으로 지역 유권자를 크게 실망시켰다”고 언급했다. 중앙의 주요 언론은 이 문제와 관련해 영남당으로 회귀할 것인지 텃밭을 잃을 것인지에 포커스를 두고 관심을 두었다. 이 문제는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앞으로도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결말이 주목되는 논란거리다.

영남권 배제론에 대한 지역 유권자의 반응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민주적인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권리가 주어지는 평등의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당 정치의 기본이 무시됐다는 평가다. 특정지역을 배제한 채 당 대표를 선출하면 다수의 당원이 소속된 영남권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민의 힘 초선의원 중심으로 주장하는 영남권 배제론이 그들이 말한대로 당 쇄신이 이뤄지고 대선에서 유리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당 쇄신은 지역색을 지우는 데 초점을 두어서는 안되고 확장성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쇄신에 마치 영남권이 걸림돌이라도 된 듯 비쳐진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사람이 많다. 초선 당권주자로 주목받는 김웅 의원(서울 송파갑)이 대구를 찾아 “우리당의 본진은 영남이다”라고 영남당 극복론의 진의를 설명했으나 서운한 감이 지워지지 않는다.

세 번째는 지역의원의 역할 부재론이다. 영남권 배제론에 지역 초선의원들이 동조했다는 사실에 민심이 실망을 했지만 이 문제에 관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주호영 의원 말고는 지역의원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불만이다. 당내 지역의원의 정치적 역량이 떨어져 생긴 일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 충청권 정진석 의원이 “영남당 운운은 자해행위”라고 말한 것에 위로를 찾을 정도다.

언제부턴가 우리지역에선 지역 의원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없다는 자조 섞인 소리가 자주 나오고 있다. 리더십이나 지도력의 공백을 말하는 이들도 늘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 지역 현안이 있을 때마다 지역민의 뜻을 대변할 정치인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영남권 배제론의 등장은 지역정치인에 대한 평가의 잣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면에서 앞으로도 주목거리다.

/우정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