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해자지구에서 출토된 곰 뼈.
월성 해자지구에서 출토된 곰 뼈.

지금 경주의 첨성대를 가면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곳이 보입니다. 이곳은 신라 천년의 궁성인 월성유적으로 발굴조사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월성유적 주변을 둘러싼 해자에서는 신라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밝혀주는 다채로운 유물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해자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한 동물과 식물, 나무에 관한 유물들이 다수 확인되고 있고, 이 글에서는 신라인과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유적에서는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를 알려주는 자료는 많지 않습니다. 경주 월성유적은 해자라는 물이 흘렀던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 많은 동물뼈, 식물의 씨앗, 목제품 등이 출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물들은 5세기 무렵의 신라시대 사람들이 사용한 동물과 식물 그리고 나무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현재 월성유적에서 확인된 동물은 멧돼지류(가축인 집돼지와 야생 멧돼지를 포함), 소, 말, 개, 곰, 소형사슴 등의 포유동물이 많습니다. 그리고 상어, 돌고래와 같은 바다의 동물, 꿩과 같은 날짐승까지 다양한 동물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해자에서 확인된 동물은 신라 왕실에서 먹고 이용한 후에 해자 속에 남겨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자 속 대부분의 동물은 고기의 섭취라는 목적이 큰 동물이 많습니다. 물론 소와 말은 당시의 중요한 노동력이나 죽은 후에는 고기를 제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곰은 식용의 목적이 크지 않은 동물입니다. 그리고 유적에서 확인되는 사례도 흔치 않은데 월성유적에서는 다수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재 월성유적의 해자에서는 곰의 뼈가 10여점 확인되고 있습니다. 곰뼈는 하악골(아랫턱뼈),요골(앞팔뼈)과 종골(발뒤꿈치뼈), 상완골(윗팔뼈), 대퇴골(허벅지뼈) 부위의 뼈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요골과 종골이 가장 많이 출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자에서 확인된 부위는 고기가 많지 않은 부위이고 종골의 경우 해체 후에 버리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그런 부위의 뼈가 왜 신라의 왕궁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신라시대 사람들이 동물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는 뼈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신라시대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삼국사기’에 신라인의 곰 이용에 관한 기록이 있습니다. 곰의 가죽을 이용해 군대의 깃발 장식을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곰의 가죽 중에서도 뺨, 팔, 가슴의 가죽을 이용해 깃발 장식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월성유적에서 확인된 곰은 하악골(아래턱뼈)은 뺨, 팔은 요골이 해당하고 아래턱뼈에는 해체할 때 남은 흔적도 확인됩니다. 그리고 군권의 장악은 왕의 권위와 관련되고 이런 군대의 상징인 깃발은 왕실과 관련성이 높은 것입니다. 그래서 신라 왕성의 주위에서 군대 깃발의 제작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라 왕실에서 운영한 관청 중에는 가죽의 무두질과 제품을 만드는 관청을 설치해 관리하고 있었음이 ‘삼국사기’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월성의 해자 주변 유적 조사에서도 철공방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과 유구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왕궁의 주변에 이러한 물품의 제작과 관련된 유물이 다수 확인되고 있는 것은 가죽과 관련된 제품이 월성 주변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죽의 무두질에는 물을 이용하거나 동물의 뇌수(腦髓)를 이용하는 방법이 알려져 있습니다.월성 해자 속의 동물 중에도 두개골이 깨진 상태로 출토하는 것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해자 주변에 왕실과 관련된 수공업 시설이 있었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월성 해자 속에서 확인된 곰뼈는 신라시대 군대의 장식품을 만들기 위해 가져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결과는 문헌 기록과 발굴 조사 결과가 일치하고 있어 신라시대 왕궁의 생활 모습을 사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헌석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
김헌석
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

해자에서 출토하고 있는 동물뼈는 신라시대 왕궁에서 이용한 동물이 어떠한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입니다. 해자에서 확인된 멧돼지종류는 육류의 섭취를 위한 것으로 소와 말은 육류 혹은 의례의 도구로 가져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곰뼈와 같이 특수한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버린 것들도 다수 섞여 있을 것입니다.

아직 월성 해자에서 출토한 동물뼈는 정리 과정에 있습니다. 정리를 진행해 나간다면 신라시대 동물을 이용한 모습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을 가져와서 어떻게 해체하고 먹었는지 그리고 해자에 버리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동물의 이용방식을 지금의 우리와 비교하면서 동물을 바라보던 신라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