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선

등잔 앞에서

하늘의 목소리를 듣는다

누가 하늘까지

아픈 지상의 일을 시로 옮겨

새벽 눈동자를 젖게 하는가

너무나 무거운 허공

산과 산이 눈 뜨는 밤

핏물처럼 젖물처럼

내 육신을 적시며 뿌려지는

별의 무리

죽음의 눈동자보다 꼴짜기 깊나

한 강물이 내려눕고

흔들리는 등잔 뒤에

빈 산이 젖고 있다

아픈 지상의 일들을 베껴 쓰는 것이 시인의 타고난 운명이 아닐까. 평생 그가 직관해온 이러한 왜곡된 현실의 고통과 상처를 껴안고 살았는지 모른다. 꽃과 숲과 산, 별과 같은 순수한 자연과 우주의 세계를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시인의 시적 애씀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