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미래성장 동력 창출가’ 별칭 따르는 경제전문가이자 도자기 연구가
포항학 아카데미서 도자사 강좌… ‘포항지방도자사’(가칭) 발간 계획
“사라졌던 지역만의 역사 문화 자원 미래문화 관광콘텐츠로 되살려야”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고려청자, 분청자, 백자의 역사를 살펴보면 도자기는 중세 최고의 벤처사업이자 중요 국책 사업이었습니다. 전쟁으로까지 치달았던, 도자기 기술을 둘러싼 한·중·일의 갈등과 역사는 지금의 산업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김진홍 한국은행 부국장에게는 포항지역 ‘최고의 경제 전문가’, ‘최고의 미래성장 동력 창출가’ 등의 별명이 따라다닌다. 김 부국장은 최근 개설된 포항학아카데미 강좌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도자기 연구가로 첫선을 보일 예정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시민들에게 20여 년간 연구해온 도자사(陶磁史) 지식이 녹아 있는 강의에서 김 부국장이 또다시 새 역사를 쓸지 주목된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

-지역의 산업적·도시적 시각과 함께 경제적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따른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포항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구체적으로 이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 현안이 아닐까 한다. 포항의 경제산업구조 전반에 걸쳐 가랑비에 옷이 젖듯 젖어온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철강 관련 모든 전방 산업들이 부진해지자 포항의 생산, 고용, 무역에 모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이 문제는 단기간에 치료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왕도는 없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지역 경제산업의 구조적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철강 중심의 산업생태계 조성을 착실하게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철강산업도시 포항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소개한다면.

△포항 경제를 나무에 비유하자면 뿌리는 포스코이고 몸통인 기둥은 철강 공단이다. 숲이 제대로 조성되려면 뿌리와 몸통만이 아니라 수많은 가지가 뻗고 나뭇잎도 자라야 광합성도 하고 열매도 맺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뿌리와 기둥만 있는 셈이다. 그동안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철공소나 대장간부터 설계, 주물, 성형, 도금, 포장, 기계, 주물, 사출, 단조, 절삭과 같이 기계 금속 부분의 최종완성재를 생산 가능한 철강금속 분야의 전 공정이 포항에 집결되어야만 제대로 된 철강산업 생태계가 이루어진다. 혁신적인 철강금속 제품을 개발한 어떤 연구자라도 포항에만 오면 아예 시제품까지 만들 수 있도록 해야 명실상부한 철강산업도시 포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포항의 발자취를 다룬 다양한 사료를 담아낸 저서 ‘일제의 특별한 식민지 포항’ 등 포항지역사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포항의 근대 도시 발전·역사·문화·산업 등을 연구하면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포스코가 포항에 들어선 이후 포항이 양적, 경제적으로 팽창하며 발전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포스코 이전에도 이미 포항은 ‘시’로서 승격할 정도로 고른 부문에서 ‘시격(市格)’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포항’이라는 지명 자체야 인근 경주보다 오래되지 못한 ‘신흥’이라 불러도 될 정도이지만 포항을 구성하고 있는 흥해, 연일, 청하, 장기의 4대 천왕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그들이 머금고 있는 역사, 문화, 사상적 기반은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다. 많지도 않은 현존하는 ‘역사문화유적’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너무 쉽게, 손상되고 없어져 버린 것이 아쉬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포항이 지녔던, 없어졌지만 기억해야 할, 잊혔지만 새롭게 꺼내어 익혀야 할 그러한 지역의 소중한 역사 문화 자원 등은 미래의 문화관광콘텐츠와 스토리텔링으로 되살아나야 한다. 그런 것들이 포항이라는 도시를 복합적이고도 다양성을 지닌 새로운 도시의 의미로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차 문화와 도자기 연구가로도 전국적인 인지도를 지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 연구나 강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도예평론가로도 활동하였지만 주로 연구는 동양의 고(古)도자기, 동양의 차 문화였다. 고도자기의 연구로는 1998년부터 미술저널사가 발행하던 격월간 한국고미술 지에 ‘임진왜란과 일본의 도자기’를 약 2년 정도 연재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01년 세계도자엑스포 국제세미나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도공의 도일 배경과 그들의 선택’이라는 논문으로 초청 기조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외에는 중국 고도자의 감정에 도움이 되는 ‘중국 역대 황실, 관용 도자의 명관에 대한 고찰’을 발표하기도 했다.

차 문화와 관련해서는 월간 다도(DADO)지를 통해 ‘일본다도문화사’등을 주제로 대부분 1년간 연재를 하였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국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대학에서 ‘동양의 차 문화와 도자기’라는 주제로 한·중·일 차문화와 도자사를 강의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도자사에서 포항(경주)지역은 오직 토기만 조명되고 있었고 특히 조선시대 도자기는 백지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포항지역에도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와 백자가 생산되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백자는 철화백자, 순백자, 진사백사, 청화백자까지 모두 있었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연구성과는 이후 ‘포항지방도자사’(가칭)로 발간할 계획이다.

-포항지역학연구회와 포럼이 공동 주최하는 ‘포항학 아카데미’에서 도자기연구가로서 강의를 하는데 내용을 소개한다면.

△이번 포항학 아카데미에서는 그동안 포항의 도자사 연구와 관련한 이야기를 포함해 포항시민들이 잊었거나, 몰랐던 그러나 포항학 내지는 포항의 정체성 찾기에 도움이 되는 지역 역사 속에 살아있던 문화, 유적 가운데 이후 콘텐츠나 스토리텔링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특강 제목은 ‘세상에 이런 일이 in Pohang History’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연말까지 진행되는 모든 강의 내용은 과거 ‘포항인문학산책’으로 지역학에 대해 다루었던 단행본처럼 포항지역학연구회에서는 이번 포항학 아카데미의 특강 내용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시민들에게 소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내용 자체가 시사를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년 정도 시민들께서 기다려 주시면 편안하게 자택에서 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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