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정 호
유리벽에 갇힌 세월
하나 둘 벗겨 가면
차가운 가슴을 쓸며 홀로 몸을 떨고 서서
사라진 꿈을 펼치는 천 년 밖의 영혼들
낡은 빛 푸른 미소
정성껏 단장하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한스런 춤사위는
적막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외침소리
슬픈 전설로 묻힌 애절한 임의 노래
앙상하게 시린 곡조 더듬어 짚어 내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임의 모습 피어난다
박물관 유리벽에 갇힌 채 박제되어 있는 시간을 바라보며 시인은 죽은 시간을 되살려내며 흘러가버린 천 년의 시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음을 본다. 사라진 꿈을 펼치는 천 년 밖의 영혼들에 말을 걸며 그들에게 푸른 미소를 건네고 있음을 본다. 애달픈 전설 속 멈춰버린 그들의 사랑을 다시 뜨겁게 일렁이게 하는 시인의 눈빛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