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중요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27 선언 3주년을 맞아 “북한과 다시 대화할 시간”이라고 했다. 회견을 할 때마다 “평화를 위한 협의를 하자. 다시 시작하자”라고 외친다. 문제는 그들이 대화를 할 자격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어떤 욕을 퍼부어도 웃는 낯으로 “우리 잘 사귀어 봅시다”라고 말한다.

북한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궁극적 통일로 가는 길이라 믿고 있다. 표현의 자유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북한이 싫어하니 거론하지 말자고 한다.

한 깡패 같은 친구가 힘이 없는 친구를 매일 괴롭힌다. 때리기도 하고 돈을 뺏기도 한다. 힘이 없는 친구는 평화를 위해 돈도 가져다주고 그 깡패 같은 친구가 때려도 참고 웃음을 지으면서 기다린다. 평화가 오길 기다려 본다. 그러나 평화는 오지 않고 괴롭힘은 계속된다.

북한과 평화가 가능할까? 우리는 서독이 동독을 대한 태도에서 배워야 한다. 30년 전 서독의 통일 접근법은 달랐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동독 정권은 서독에 화폐와 경제 통합을 위한 지원을 요구했다. 당시 서독 총리 헬무트 콜은 이를 거절했다.

동독 정권의 정통성 결여를 지적하면서 “민주화부터 먼저 하라”고 압박했다. 동독 독재자들 눈치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은 동·서독 양쪽 주민의 동의를 받아 민주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동독 독재 정권은 주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콜은 이듬해 3월 자유 총선으로 동독에 들어선 민주 정권을 파트너 삼아 그해 10월 통일을 완성했다.

우리의 대화 상대는 북한 독재 정권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그들이 먼저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 국민을 재판 없이 고사포로 쏴 죽이는 정권은 정통성이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 평화를 외쳐 보아야 돌아오는 건 폭력과 조롱뿐이다. 그들과 헛된 협상에 매달릴 게 아니라 북한에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전단 살포 금지 같은 협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전단을 남한에 보내도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전단 살포 금지에 매달리는 것이다.

협력은 평화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협력은 열린 사회 간의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것이어야 한다. 상호가 민주화된 정권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어느 날 힘없는 친구가 주머니에 짱돌을 쥐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깡패를 공격했다. 난투극이 벌어지고 힘없는 친구는 크게 다쳤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 다음날부터 그 깡패가 힘없는 친구를 괴롭히는 일이 끝났다. 그리고 그 깡패는 얌전해 졌다. 그리고 평화가 찾아왔다.

북한에게 ‘평화’를 외치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강한 힘을 갖추고 그들에게 “자격을 갖추라”고 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