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하다’는 많은 경험으로 하는 일이 익숙하고 능란하다는 뜻이다. 국어사전에는 연숙(鍊熟)하다와 동의어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역시 경험과 숙련의 의미를 포함한다. 노련미(老鍊味)란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능수능란한 멋을 일컫는 말이다.

노련은 어떤 일에 상당한 경력이 쌓여 위엄이 생긴 관록과도 비슷한 말이고 프랑스어의 베테랑과도 비슷하다. 백전노장(百戰老將)은 경험 많은 베테랑이라는 뜻이다. 맥아더 장군은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 했다. 그 말의 뉘앙스는 백전노장의 노하우를 우습게 봐선 안 된다는 뜻이 함축된 것이다.

‘패기’란 어려운 일이라도 해낼 굳센 기상을 표현한 말이다. 나이가 젊은이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패기만만(覇氣滿滿)하다는 패기로 가득찬 모습을 일컫는다. 이순신 장군은 “지금 우리에게는 12척의 배가 있으니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말로 부하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패기란 용기와 같아 이처럼 뜻밖의 무서운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노련함이냐 패기냐 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민의 힘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신구 세대 간 경쟁이 주목받고 있다. 초선의원 중심으로 당 혁신을 위한 당 대표 세대교체 주장이 거세다. 신진세력 다수가 당권 도전에 나서 관록의 중진과 맞장을 뜨는 형국이다. 다선의원의 실패한 경험으론 당 쇄신을 이룰 수 없다는 목소리다. 초선의원의 도전에 중진의원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계파와 연공서열을 중시하던 관례에서 벗어난 초선의원의 당권 도전은 신선한 느낌이 있어 좋다. 그러나 국민은 경륜과 신예의 대결보다는 시대적 흐름을 이끌 역량있는 정치인의 등장을 더 희망할지도 모른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