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들 돌제 위에서
학꽁치 잡으며 짜릿한 ‘손맛’
해산물과 한잔 술 포장마차
이제는 아련한 기억 속으로…

포항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송도해수욕장 방파제(돌제)’가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16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포항해수청은 최근 중장비를 동원해 송도해수욕장에 있는 돌제를 육지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돌제는 해안에서 모래가 바다로 쓸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다를 향해 설치된 직각 구조물을 뜻한다. 지난 1931년 개장한 송도해수욕장은 길이 1.3㎞, 폭 50∼70m의 넓은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경북동해안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명성을 떨쳤다.

송도해수욕장의 모래는 유달리 희고 고왔고, 바다도 속이 훤히 비칠 만큼 맑고 깨끗했다. 또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면서 수온마저 적당해 여름철이면 전국 각지에서 피서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송도해수욕장을 찾은 강태공들은 돌제 위에서 숭어와 학꽁치 등을 잡으며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돌제 위에 하나둘씩 포장마차가 들어서면서 송도해수욕장은 해산물과 술을 곁들일 수 있는 명소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명성도 잠시 송도해수욕장은 포항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이때부터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소나무 숲은 옛 모습을 점차 잃어갔다. 특히 1970년대 말 두 차례의 큰 해일로 백사장이 유실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송도해수욕장은 2007년 백사장 유실과 수질 오염 등의 이유로 폐장했고, 돌제 포장마차도 위생과 안전성 문제로 모두 철거됐기 때문이다.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기 시작한 송도해수욕장은 포항시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복원에 나서면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시는 2008년 송도해수욕장 복원을 위한 설계용역에 나섰고 포항해수청은 2012년 10월부터 294억원을 들여 공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한 수중방파제(잠제) 3기가 설치됐고 모래 15만㎥를 채우는 양빈공사가 진행됐다. 포항해수청은 돌제를 제거하고 나서 오는 6월까지 백사장을 채우면 송도해수욕장의 복원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포항해수청 관계자는 “돌제에서 가끔씩 사고가 발생해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하게 됐다”며 “앞으로 해수욕장 이용객들의 안전사고를 선제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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