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그것은 반란이었다. 정부 여당의 무능과 실정, 오만과 위선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2030세대의 분노가 4·7 보선에서 무섭게 폭발했다. 그 충격으로 ‘멘붕’이 된 문재인 정권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청년들의 ‘이유 있는 반란’에 대해 성실하게 응답해야 한다.

작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2030세대가 가장 큰 비토(veto)그룹으로 돌변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의 대답은 명쾌하다. 경제정책의 실패로 집값은 폭등했고, 부의 양극화를 구조화시킴으로써 ‘미래세대의 미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자신의 딸은 ‘용’을 만들기 위해 온갖 부정을 저지르면서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에서 신음하는 청년들에게는 ‘가재·개구리·붕어’로 살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 위선에 참을 수가 없었다. 3포·5포·7포로 좌절된 청춘들을 위해 본질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돈 몇 푼 던져주고 결혼과 출산을 지원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미래에 희망이 있어야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것이 아닌가?

이처럼 무능하고 위선적인 정권에 자신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청년들은 ‘고위험·고수익’의 주식과 가상화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 청춘들이 ‘폭탄 돌리기’와 같이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투기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미래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도박판에 ‘빚투’하는 이중적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위험한줄 알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계층 사다리’를 건널 수 있다고 항변하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이미 군 병영에서도 주식·코인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니 상황이 심각하다.

정치권은 2030세대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들은 상황과 이슈에 따라서 가장 합리적 선택을 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들이다. 정권이 잘못하면 돌아서는 속도가 부모세대보다 훨씬 빠르다.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현실적으로 판단한다. 사고는 매우 유연할 뿐만 아니라 정치성향도 다양해서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 수 있다.

따라서 노회(老獪)한 기득권의 시선으로 이들을 가르치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역사 변화의 추동력은 맑고 깨끗한 청년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권이 답해야 할 차례다. 특히 국정을 책임진 정부 여당이 진솔하게 응답해야 한다. 그 전제는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다. 이번에도 ‘영혼 없는 반성’으로 넘어가려고 한다면 내년 대선에서는 정권이 넘어가게 될 것이다. 투전판에 뛰어든 청년들을 비난하기 전에 그렇게 만든 책임을 통감하고 미래가 있는 삶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2030은 취업·주거·결혼·육아·교육 등의 문제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3년 사이에 정신과 병원을 찾은 2030이 6배나 급증했다. 이 심각한 고통에 ‘포퓰리즘 진통제’ 처방을 해서는 안 되며, 그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정교한 수술법이 시급히 개발, 적용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