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피젯 토이.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팝잇 푸시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팝잇 푸시팝은 실리콘 틀 위의 튀어나온 반구를 손가락으로 눌러 반복적인 동작을 하며 즐기는 손 장난감이다. 외형 또한 실리콘 얼음 틀 같은 단순한 모양인 데다 누르는 것 말고는 별다른 놀이 기능도 없음에도 힘을 주어 구멍을 누르는 촉감과 소리는 특유의 쾌감과 묘한 중독성을 이끌어 낸다. 멍하니 포장용 에어캡을 터뜨린다거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손바닥 안에서 호두 알을 굴리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팝잇 푸시팝은 색깔이나 모양, 크기도 다양하다. 휴대하여 플레이 할 수 있는 미니 버전부터, 가방에 달 수 있는 열쇠고리 버전, 기존 사이즈보다 2~3배의 몸집을 자랑하는 빅 버전도 있다. 구매처도 학교 근처 완구점이나 인터넷 문구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가격도 천 원에서 만원 안쪽으로 저렴하다.

현재 팝잇 푸시팝은 유명 인터넷 문구 쇼핑몰에서 전체 장난감 베스트 순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반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라니 말 다 했다. 유튜브에선 팝잇 푸시팝으로 재밌게 노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의 조회 수가 272만 회가 넘을 정도다. 여기에 단순 구매 후기나 플레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풍선이나 종이박스, 물감을 이용해서 직접 만들어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유하기도 한다. 팝잇 푸시팝을 직접 DIY 해서 만드는 영상은 조회 수 250만 회를 자랑한다.

이런 종류의 장난감을 ‘피젯 토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피젯 토이는 성인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피젯 토이는 fidget(꼼지락거리다)+toy(장난감)의 합성어로 손장난하는 장난감을 뜻한다. 단순 행동 반복으로 인해 안정감을 얻고 스트레스를 푸는 용도인데, 그도 그럴 것이 피젯 토이는 처음 1990년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위해 만들어졌다. 한 자리에 앉아 집중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개발한 것으로 ADHD 환자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손가락으로 튕기면 회전하는 피젯 스피너, 조이스틱을 돌리거나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워 돌리는 피젯 링, 말랑한 재질의 스트레스 볼 등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피젯 큐브는 주사위 모양으로, 볼펜의 딸깍 소리가 나는 버튼이나 돌릴 수 있는 롤러, 조이스틱, 회전판, 스위치 등이 각 면에 달려 있다. 이걸 무의식적으로 반복 행동하며 일정 클릭음에 안정감을 느끼고, 정교하고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며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피젯펜은 공부하거나 회의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펜을 돌리거나 손을 끊임없이 만지고 움직이는 등의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펜 전체를 구부리거나 뚜껑에 달린 동그란 볼을 떼는 등 손을 계속해서 움직이는 동안 창의적인 생각을 고안해낼 수 있다고 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심지어 antsy labs에서 나오는 피젯 큐브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 피젯 토이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많은 페이크 제품이 만들어졌는데, 국내 또한 페이크 제품을 파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정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해외 배송이나 중고 거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빠르게 품절 되어 쉽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집중하기까지 힘겨운 사람, 손톱을 자주 깨물거나 입술을 뜯는 사람, 정적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 피젯 토이는 단순한 장난감만은 아닐 것이다. 직접적인 촉감과 소리로 인해 스트레스와 강박을 풀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며, 스마트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소하고도 새로운 재미가 되어준다. 피젯 토이는 처음 초중고 학생을 위주로 유행했지만 나아가 취업준비생, 수험생, 회사원들의 인기 장난감으로 자리 잡았다. 그들의 자리에서 느끼는 학업 스트레스나, 극심한 경쟁으로 인한 괴로움 등 누군가의 삶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