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여서인지 정치권의 반응은 더욱 예민하다.

특히 검수완박 법안 추진 이후에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낙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쓰일 만큼 검찰의 위세가 드높아지면서 병폐가 적지않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전관예우’라는 전근대적인 비리도 그중 하나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대통령제하에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맞서 검찰이 맞서 싸울 정도면 검찰의 권력이 그만큼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보수나 진보 할 것 없이 검찰의 제왕적 권력에 견제를 가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해도 국회에서 과반을 넘는 다수의석을 가졌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여야간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입법을 강행한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정당지지율을 일별로 분석한 자료를 되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여야가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날인 4월 22일 민주당 지지율이 급등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락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중재안을 거부한 4월 26일에는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것.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 파기란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꾼 이유를 알 수 있다.

대다수의 보수층과 중도층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번 입법과정에서 중도층 여론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입법 강행 과정에서 노출된 편법과 꼼수다.

아무리 정당한 입법이라고 해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아닌가. 편법과 꼼수는 결코 정도가 아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차가운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권 폐지가 포함된 입법은 아무리 봐도 방탄입법의 냄새가 짙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검수완박 이슈는 6·1 지방선거에 임하는 민주당 후보자들에게 매우 곤혹스럽다. 국민의힘은 대선 때 들고나왔던 민주당 심판론을 다시 꺼내들면서 검수완박 이슈를 지방선거 때까지 끌고갈 태세다.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핵심지지층이 많은 호남을 제외하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에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많고, 특히 수도권은 물론 캐스팅 보트라는 충청권에서도 10%p 넘게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은 일단 인사청문회 정국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마땅치 않다. 검찰개혁이 꼭 필요했다면 물 흐르듯 했으면 어땠을까.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아 도에 가깝다. 시끄럽고 혼란스런 오늘의 정치가 물 흐르듯 이뤄지는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