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소설집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소설가 김훈(74)의 새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문학동네)가 출간됐다.

2006년 첫 소설집 ‘강산무진’ 이후 16년만에 내놓은 두 번째 소설집으로 2013년부터 9년간 써온 7편의 단편을 묶었다.

작가는 세속과 일상을 유심히 관찰한 끝에 특유의 강직한 문장으로 연약한 존재들의 인생사를 펼쳐낸다.

표제작 ‘저만치 혼자서’는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수녀원에 모여 살게 된 늙은 수녀들과 그들을 편안한 임종으로 인도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젊은 신부의 나날을 그린다. 성직자들조차 죽음이라는 미지의 사건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번민하고, 결국 죽음을 받아들여 안식에 드는 모습이 처연한 안도감을 남긴다.

수록작 ‘명태와 고래’는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한 월남 어부의 이야기다. 북한에선 인민의 배반자이고 남한에선 간첩인 어부의 삶은 이념 경쟁 속에서 무력하게 상처를 입는 개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작품을 201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보고서를 읽은 뒤 두려움과 절망감 속에 썼다고 했다.

‘저녁 내기 장기’는 가정이 해체되고 일터에서 밀려나는 등 각자의 비극을 품은 채 알지 못하는 상대와 장기를 두는 것으로 외로움을 견디는 노년의 애환을 안구건조증이라는 보편적인 노화 증세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문학동네 측은 “김훈은 문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며, 글은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그런 만큼 김훈은 소설 속 인물들의 고통과 절망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룬다. 고통과 절망을 선명하게 묘사해 드러내는 대신 글의 이면에서 감지하게 만드는 서술은 김훈 소설을 읽는 묘미이자 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의 배려이기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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