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정부 여당과 야당이 경찰권력의 통제를 둘러싸고 한바탕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부처내에 경찰관련 조직을 신설,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두는 등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내용의‘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을 시행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야당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 지난 역사를 통해 모든 국민이 목도해 왔다”고 경고했다.‘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까지 소환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역사를 32년 전으로 되돌려‘치안본부’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며,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하려는 의도라고 외쳤다.

이들은 경찰 통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권력자의 입김이나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경찰위원회, 자치경찰위원회, 경찰인권위원회 등 시민의 통제를 확대·강화해서 실질화하는 것이 그 방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은 일반적인 부처와는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국민의 민생과 직결된 풀뿌리 민생조직이자,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야 하는 수사조직으로 기능한다. 경찰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순간 경찰이 정권을 위한 경찰로 타락하게 된다. 야권의 우려도 일리 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의 입장 역시 확고하다. 경찰조직은 치안을 담당하는 내각의 행정안전부 직제하에 있으므로 행안부의 통제 아래 넣겠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관련, “경찰보다 더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면서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어 “과거 경찰은 굉장히 많은 인력의 경찰을 청와대가 들여다놓고 직접 통제를 했다”면서 “만약에 저처럼 그것을 놓는다고 하면 당연히 치안이나 경찰사무를 맡고 있는 내각의 행안부가 거기에 대해서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무에 대해서는 당연히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예전 청와대에서는 민정수석비서관 아래 치안비서관실에서 경찰조직을 통제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이 폐지됐으니 행정안전부가 경찰조직을 통제하는 것이 맞고, 이를 위해 필요한 조직을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대통령령 등을 통해 설치해 운용하겠다는 취지다.

유사 이래 어느 정치권력이 검찰과 경찰의 권력을 자신의 통제 바깥에 놓아둔 채 방치한 적이 있었던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야당도 그런 속사정을 잘 알면서도 무차별 견제구를 날려댄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바란다면 문재인 정부 당시에 논의했던대로 경찰위원회, 자치경찰위원회, 경찰수사심의위원회, 경찰인권위원회 등 경찰의 독립성·중립성·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면 될 일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정치권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는 국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