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윤석열 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에게 묻고 싶다.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 혹여 검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성남FC 후원금 의혹’사건 또는 백현동·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으로 구속해 처벌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으로 낙관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한참 잘못 짚었다. 이재명 의원이 민간기업에 특혜를 주고 후원금이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처벌은 당연하다. 당연한 일을 했다고 해서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란 건‘근거없는 낙관론’에 불과하다. 앞서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근본이유는 취임 후 두달이 지나도록‘윤석열표 공약’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이 아니라 검사 출신이다. 검찰총장으로서 정치권력에 맞서싸우다 갑작스레 야당에 영입돼 대통령 후보가 됐고,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니 나라 경제에 대한 비전이나 성찰이 깊지 않다해도 탓할 일이 못된다. 그렇다 해도 이제는 뭔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바보야, 언제나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나돈지 오래다. 윤석열표 공약이나 캐치프레이즈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옛말에 ‘하늘아래 새로운 게 없다’고 했다. 어설프고 빈약한 독창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을 원한다면 배우고 모방하라는 뜻이다. 역대 정권의 캐치프레이즈를 들춰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한국 창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2건국’,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부혁신 운동’,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창조 경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녹색성장’은 환경문제에 좀 더 접근한 캐치프레이즈로, 4대강 정비를 통해 대운하를 건설하려는 속셈이란 의심을 받는 바람에 야당의 협조를 얻지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창조 경제는 표현 자체가 애매해 자신도 창조 경제를 뚜렷하게 설명해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기치로 일자리를 늘리고,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공공부분 일자리가 늘고, 최저임금이 1만원 가까이 올랐다. 기업들은 임기내내 힘겨웠다.

지난 대선 당시 윤 캠프에서 “우리가 내세울만한 공약의 캐치프레이즈로 어떤게 좋겠느냐”는 질문에 한 참모가 “중소기업이 잘사는 나라, 어때요?”라고 했다. 윤 대통령 역시 이 답변을 듣고 “좋은 생각”이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이후 이 문구를 캐치프레이즈로 채택하려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냥 묻혀 버리고 말았다는 것. 캠프 내부의 골뱅이 같은 속사정을 굳이 알고 싶지 않다.

다만 그때 무릎을 쳤던 윤 대통령에게 “중소기업이 잘사는 나라”를 ‘윤석열표 캐치프레이즈’로 추천하고 싶다. 중소기업이 99%인 이 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잘살면 온 나라가 잘살 수 있다. 이 나라에 꿈과 희망을 주는 캐치프레이즈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