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태 수필가
조현태 수필가

추석을 턱 앞에 두고 11호 태풍 ‘힌남노’가 몰려와 엄청난 피해를 남기고 사라졌다. 먼저 소중한 생명을 잃고 침수로 재난을 당한 모든 분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더구나 민속명절 한가위를 맞아 얼마나 상심이 크겠으며 추석인들 명절로 느껴질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이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태풍 상륙 며칠 전부터 역대급 태풍으로 ‘사라’에 버금가는 진로방향과 위력이라고 모든 방송이 재난대비를 반복하여 알렸다. 필자는 태풍이 닥치기 전날(9월 5일) 감포 어느 바닷가에 갔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전촌항 주변에 횟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모든 횟집이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출입문을 제외한 모든 유리창문은 전부 두꺼운 합판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찾아온 손님도 돌려보내며 영업을 중단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여러 팀이 횟집에 왔다가 아쉬운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영업이익을 목적으로 횟집을 운영하는데 많은 팀을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을 터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영업에 박수를 보냈다. 충분히 그럴 법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니 각종 선박을 도로 위로 끌어올려 단단히 결박해 놓았다. 재난대비 방송을 듣고 충분히 이해한 대책으로 보였다.

그런데 막상 태풍이 지나고 보니 예상 외로 피해를 입은 곳이 많다는 보도다. 재난대비 방송을 듣지 않거나 무시했을까. 아니면 ‘나는 괜찮아’로 뭉그적거리고 있었을까. 이도저도 아니면 자연의 위력보다 자신이 더 세다는 자기우월주의에 빠졌을까. 모르긴 해도 나름대로 최선의 대비는 했으리라 여긴다. 만조와 폭우가 겹치면 어떤 상황일거라는 예상을 방송사마다 종일 외쳤으니까. 정보에 가장 민감하게 살아가는 현시대에 재난방송을 모른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은 자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우치게 하는 사건이다.

그날 양동마을에는 자동화재경보기가 작동했다. 억수같이 비가 퍼붓는 가운데 하룻밤에 세 차례나 소방차가 출동을 했다. 결국 화재경보가 울린 것은 습기로 인한 오작동이라는 설명이었고 경비원이나 소방대원이 완전 밤샘을 했다. 불이 나지도 않았는데 세 번씩이나 출동하였건만 소방대원은 전혀 귀찮아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다.

화재감지 센서가 워낙 예민해 화재가 아닌 습기에도 작동했다면 예방효과는 확실하다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하룻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웠더라도 불이 나거나 큰 사고가 난 것 보다야 훨씬 다행이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횟집에서 문과 선박을 단속하고 손님을 돌려보내더라도 태풍 피해를 덜 입는 쪽을 택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지 않은가. 태풍 때문이라면, 지하주차장이 침수되는 상황과 바닷가 월파 상황이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얼마만큼 예방에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있지 않겠는가.

아직도 12호 태풍 ‘무이파’가 활동 중에 있다고 한다. 꼭 태풍만 아니더라도 살면서 위험하거나 불가항력이 닥칠 때를 미리 대비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잊지 않기만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