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대구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됐다. 예컨대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그 앞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공감이 가는 구상이다.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에 자주 나가야하는 지방정부 단체장들에겐 해당 도시를 대표하는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홍보 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해외 출장을 가보면 외국인에게 나를 소개할 유일한 수단인 ‘명함 콘텐츠’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때가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TK(대구경북)의 대표적인 홍보 자산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지방 정부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자치단체를 잘 대변하고 품격도 높일 수 있는 고유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곳은 별로 없다. 광주시가 컨벤션센터 등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네이밍(이름짓기)하는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TK지역도 이제 세계 각 도시로 향하는 관문(공항이나 역, 항만) 명칭을 새롭게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할 때가 됐다. 새마을운동과 한국근대화의 산실인 TK지역은 박정희 브랜드가 해외에 이 지역 정체성을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나는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해 가장 함축적으로 설명한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현충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서 “박 대통령의 ‘하면 된다’는 정신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어 줬다. 웅크리고 있는 국민의 잠재력을 끄집어내서 위대한 국민으로 단합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취임한 이후 전 세계 92개국 정상을 만나 봤지만 모두가 박 대통령께서 이루어낸 압축 성장을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고 했다.

박정희를 해외 정상들이 모두 기억하고 인정해줄 정도로 역량이 뛰어난 인물로 브랜드화한 감동적인 추도사다.

홍 시장은 지난 2021년 9월 대선후보 시절 “TK통합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김영삼 공항’으로, 호남 무안신공항은 ‘김대중 공항’으로 명명해 대한민국 4대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다. 비수도권 도시의 하늘길에 전직대통령의 브랜드를 붙여 세계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후 ‘박정희 공항’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전에서도 단골 메뉴가 됐다. 지난해 가덕도신공항 이름을 ‘이순신 국제공항’으로 결정해달라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안을 낸 경남도의회도 처음에는 ‘박정희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고민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역사적 위인들의 이름을 공항 명칭 등으로 사용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다. 홍 시장의 제안에 대해 대구지역 시민단체인 박정희정신계승사업회(단장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도 적극 환영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공항이나 역광장을 새롭게 네이밍하는 절차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모양이다. 대구시민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