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

제 몸이 되지 못한 몇 알의 씨앗들이

구멍 난 정수리 속에서 꿈틀거린다

자꾸만 간지러워, 손톱으로 긁어 보지만

뿌리에 박힌 낯선 얼굴이 고개를 든다

슬픔을 머리에 이고 가만히 웃는 너,

떡잎이 떨어질 때까지 푸드득 춤을 춘다

가는 비를 맞으며 자유공원에서 월미공원까지

사부작 걸어가면 어느새 해가 쨍쨍하다

미워했던 마음 위로 불어오는 따뜻한 공기

가냘픈 이파리들이 머리칼처럼 휘날린다

땅과 물, 불과 바람이 가득 차오르면

겨우내 굳었던 마음들이 새순으로 돋는다

봄이 오면, 자연의 싹들만 새로 움트는 건 아닌가보다. 머리 안에 있었던 생각의 씨앗들도 꿈틀거리기 시작하니. 그 생각은 ‘낯선 얼굴’을 가졌다. 시인의 마음은 미움이나 슬픔으로 ‘겨우내’ 굳어 있었지만, ‘너’는 “슬픔을 머리에 이고 가만히 웃”다가 “푸드득 춤을” 추기까지 하기에. 하여 “마음 위로” “따뜻한 공기”가 “불어오”면서 마음의 공간은 생명의 기운으로 차오르고, 마음에서도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