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기차를 보는 사람’
풋풋한 사랑의 기억을 수필로

포항 출신의 중진 이우근(60·사진) 시인이 어른을 위한 동화 ‘지나가는 기차를 보는 사람’(나눔사)을 펴냈다.

‘이우근 시인의 스무 살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이상진 씨의 삽화를 곁들인 동화책 형식으로 꾸며졌다.

책에는 낮고 작고 소외되고 눈물 나는 사소한 것들의 존재에 대해 천착해온 이 시인의 장시에 가까운 에세이들이 담겼다. 작품 속에는 세월이 흘러도 풋풋하게 남은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삶의 자세와 방법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가득 차 있다.

이우근 시인은 “이 책을 무엇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중년의 나이의 사람들이라면 천천히 읽어볼 수 있는 하나의 ‘꺼리’는 될 듯도 싶다. 시간이 지나 젊은 날의 치기와 방종이 어떻게 융숭하게 익어가는지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아프고 즐거우며 반추하며 성찰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누군들 처음부터 훌륭한 사랑을 할 수 있었겠는가. 아쉽고 안타까워서 첫 사람이고 첫사랑이다.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읽으면 부작용이 먼저 작용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으면 삶의 전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 마음은 아련한 가스등이 아니라 백열등인 게 다행이다. 장명등(長明燈)이라면 출신을 의심하게 만들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마지막 버스를 타는 마음의 기록이다. 그런 시절을 지나온 아련한 기억은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그 분위기를 끌어당겨 본질의 시간으로 다가가 보자는, 억지에 가까운 친절일지라도, 한 번쯤 생각의 정거장에 머물고 싶게 만든다.

사람은 떠나지만, 추억은 남아 화톳불로 마음에 불을 지핀다. 지나가는 기차를 보는 사람은 과거에 잠시 머물기는 하지만 더 먼 미래로 시선을 두고 있다는 명료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좁쌀 같은 남은 생이라도 모두에겐 그것이 소중하고 최선의 시간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책은 추억의 발전적 해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옛사랑의 기억을 소환하는’ 책이다.

이우근 시인은 포항에서 태어나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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