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아미타여래삼존불상

군위 부계면에 가면 기암절벽 아래 세워진 사찰과 서원 그리고 잘 조성된 소나무길에서 풍기는 솔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솔향이 이끄는 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경주 토함산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신라 시대의 석굴사원이 보인다.

제2의 석굴암이라 불리는 이곳은 험준한 팔공산자락의 하나를 칼로 동강을 낸 듯한 학소대 절벽의 아랫부분에 아파트 한 동 크기의 자연동굴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석굴사원이다. 멀리서 보면 절벽 아래쪽 중앙에 자연 동굴의 동그란 모양과 그 안에 평평한 장소에 모셔진 아미타여래삼존불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현재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설계된 계단이 통제되어 있어서 강 건너 멀리서만 볼 수 있다.

군위 아미타여래삼존불상은 본래 지역민에게서는 불암-부처바위-으로 불렸다. 대략 7세기 중엽에서 말경 신라의 원효대사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공적으로 조성된 경주 토함산 제1의 석굴암보다 규모는 작지만 시기는 100년을 앞선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굴의 높이는 4.25m이며, 본존상인 아미타불은 2.18m, 우협시 관세음보살상 1.92m, 좌협시 대세지보살상 1.8m나 된다.

협시보살은 대체로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형상을 지녔으며, 본존불은 인자함보다는 진중한 인상으로 석굴 안에 봉안되어 있다. 원효대사는 이 동굴에 아미타여래삼존불상을 조성해서 봉안하고, 미타정토신앙을 우리나라 최초로 포교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본존불인 아미타불은 무량수불·무량광불과 같은 말로, 줄여서 ‘미타’라고도 불린다. 서방 극락세계의 부처를 의미하는데, 아미타불은 성불하기 전 법장보살이었을 때 48개의 서원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그 중 ‘선하고 바르게 살면서 내 불국토에 오고자 하는 이는 모두 극락에 왕생한다.’, ‘어떤 중생이든지 지극한 마음으로 내 불국토를 믿고 좋아하여 와서 태어나려는 이는 내 이름을 열 번만 불러도 반드시 왕생한다.’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서, 중생에 대한 넓은 포용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정토사상을 가장 먼저 신라에 도입한 원효대사의 자취와 그 뜻을 군위의 아미타여래삼존석굴에서 어렴풋이 짐작해 볼 수 있다.

특히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상징하며, 손가락으로 땅을 짚은 항마촉지인을 취하는 최초의 불상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아미타불 왼쪽의 관세음보살은 관음보살·관자재보살과 같은 말이다. 대개는 아미타불을 모시는 극락전이나 무량수전에 모셔져 있지만, 워낙 우리나라에서는 하층민과 상인 등에게 인기가 있는 보살이라 관음전·원통전·보타전 등으로 독립되어 모시기도 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만 잘 외워도 극락에 가까워질 수 있고, 현세의 고통에 시달리는 중생을 자비로 구제한다고 하니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보살이다. 또 관세음보살은 손과 눈이 각각 천 개씩 있다하여 천수천안으로도 불린다. 재미있는 것은 불상이나 탱화에 천 개를 전부 표현할 수 없기에 대개는 약식으로 42개만 표현한다고 한다. 광배에 수많은 손이 있고, 그 손마다 눈도 하나씩 달려 있다면 관세음보살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아 자애로운 어머니로 불리기도 한다. 사실은 성별이 모호하여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할 수 없다.

대세지보살은 아미타불의 오른쪽에 위치하며,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다. 독립적으로 봉안된 경우는 드물고 삼존불상에서만 주로 찾아볼 수 있는 보살이다. 머리에 쓴 보관의 꼭대기 위에는 한 개의 보배병을 이고 있는데, 이 보배병 안에는 세상을 비출 지혜의 광명이 담겨 있다. 대세지보살은 세상의 모든 중생을 자신의 독특한 지혜광으로 비추기도 하고, 삼천대천세계와 마귀의 궁전도 뒤흔들릴 정도의 힘으로 발을 구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후기까지 만들어지다가 조선 초에는 유행에 밀려 만들어지지 못했다. 다시 16세기에 이르러 제작되는데, 이때는 꼭 보배병을 이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로 삼존불의 오른쪽 협시보살이면서 연꽃을 들고 있다면 대체로 대세지보살로 여긴다.

솔향이 풍기는 길의 끝, 기암절벽의 아래쪽 가운데 사람의 손이 닿기 힘든 동굴 안에 아미타여래삼존이 모셔져 있다.

7세기 초반에 창건되었다는 삼존석굴사와 9세기의 양식을 보이는 석조비로자나불좌상과 본래는 3층이었으나 지역민의 손으로 재건되었던 독특한 모전석탑도 볼 수 있다. 근처에 조성된 소나무길과 복원된 양산서원까지 군위의 부계면에는 옛 불교의 자취가 남아있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