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규

누런 애기 별들이
이고 온 빛살 풀어
좌판을 벌였다

저 작은 것들의 치열한 발원에
하늘도 황금을 녹여 엎질러 놓았나

마른 들판에 발톱을 박아
흙의 피를 빨아올리는
혀의 흡인력

압도적 군락으로
뜨거운 여름을
굽고 있다

불갑초는, 유독 돌을 좋아해서 돌나물이라고도 불리는, 노란 꽃을 피워내는 산나물이다. 시인은 무더기로 핀 꽃들이 “누런 애기 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꽃무더기가 뿜어내는 노란 빛이 황홀해, “하늘도 황금을 녹여 엎질러 놓았”다고 감탄하는 시인. 한데 더 강렬한 건, “마른 들판에 발톱을 박아/흙의 피를 빨라올리”는 불갑초꽃의 ‘흡인력’이다. 여름은 이 ‘압도적 군락’의 생명력으로 더 뜨겁게 구워지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