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불구덩이를
지나온 기왓장

그 불기운을 빨아올려야겠다고
대웅전 기와지붕 위에서 풀들이 자란다

뿌리가 들린 生은
불기운을 먹고 자란다

그러나,

저 허공에 떠 있는
풀뿌리의 힘으로

부처의 이마엔 주름이 없다

시인은 뜻밖의 발견을 해준다. 위의 시는 기와지붕 위에 펼쳐진 풀들이 “불기운을 먹고 자란다”는 발견을 보여준다. “불구덩이를/지나온 기왓장” 속에 보존되어 있는 불기운. 뿌리 들린 존재자들은 자신의 ‘풀뿌리’를 이 불기운에 대면서 “허공에 떠” 살아가는 것, 허공 위로 타‘오르는’ 것이 불이기 때문이리라. 이 “풀뿌리의 힘”이 부처의 이마에 주름을 없앤 걸 보면, 그 힘은 삶의 근심을 이겨내는 힘인 듯하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