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릉도에서 두번째 라이딩을 즐겼다. 천혜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동해의 진주 같은 울릉도를 찾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한데,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파도소리를 벗삼아 섬일주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3년만에 다시 펼치는 라이딩이니 한결 감회가 새롭기만 했다. 물론 전체가 화산섬인 울릉도라 해안선을 따라 조금만 내륙으로 향해도 비탈과 가파른 길을 오르기가 만만찮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라이딩의 짜릿함과 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울릉도는 독도 포함 섬 전역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
푸른 하늘을 유유히 가르는 백로의 날갯짓이 악보로 흐르는 듯하다. 댓잎에 바람소리와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가 자연의 음률처럼 들리고, 새소리 풀벌레 소리가 어울림조 합창 마냥 정겹기만 하다. 도시의 온갖 사람들 소리나 자동차 소리, 공장의 기계음 따위의 소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아늑함과 천연스러움이 있다. 소리나 음악, 가락 등은 인간의 감각기관인 귀로 듣고 느껴져 마음의 자극이나 반응을 일어나게 하기에, 지역적인 정서와 문화의 양식에 따라 많은 갈래와 흐름으로 생겨나 유지, 발전되어 왔다.시조창도 그렇게 파생되어 오랜 세월동안
재잘재잘 새들은 노래하고 뭉게뭉게 구름꽃이 피어나며 여름날이 열리고 있다. 연중 낮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가 오늘이고 보면 벌써 반년이 마감되는 시점이다. 때이른 더위 탓인지 후끈한 대지의 열기 못지 않게 비지땀을 흘리며 지역사회를 위한 도움의 손길로 분주하고 하루가 모자라는 사람들이 있다. 포스코의 연중 봉사활동에 집중하며 다양한 나눔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얘기다.이른바 ‘글로벌 모범시민위크’는 국내외 포스코그룹 임직원이 동시다발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특별봉사주간이다. 지난 9일~16일까지 8일간 진행된 ‘2023 글로벌 모
어스름이 내리는 도심 속의 정원에서 한바탕 놀이판이 열렸다. 꽹과리와 장구 등의 장단에 바람소리 같은 파도소리가 간간이 철썩이고, 갈매기 날갯짓따라 흰구름이 떠가는 구룡포 바닷가를 배경으로 조곤조곤 해녀이야기와 몸동작이 사뿐사뿐 이어졌다. 때로는 느긋하고 다급하다가도 때로는 긴장되고 애절하기까지한 연희(演戱)가 시종 재담과 해학으로 흥미롭고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것이다. 이 같은 공연은 전통연희컴퍼니예심 단원들이 포항철길숲 오크정원에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지역의 향토역사 구룡포 해녀이야기 ‘명랑바다-숨비소리’ 마당극이다.해녀라는 고단하
모처럼의 여유로운 주말, 가벼운 차림으로 버스에 올랐다. 바람을 타고 두둥실 하늘을 떠가는 구름처럼, 버스에 몸을 맡기고 느긋하게 차창으로 어리는 초여름의 풍경 속을 누비니 가뿐하기만 하다. 실로 얼마만의 여유와 쉼표 같은 떠남이던가. 큰길에서 벗어나 군데군데 샛노란 금계국이 반겨 맞는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지나 다다른 곳은 안동시 도산면 원촌리에 위치한 이육사문학관이다.포항의 시인묵객들과 화가, 예인, 가인 등이 안동으로 문학기행을 떠난 것이다. ‘내 고장 칠월은’으로 시작되는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시의 배경지가 포항(도구리)
보리누름의 즈음에 초목은 더욱 푸릇푸릇하다.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푸르름인데 군데군데 맥랑(麥浪)이 이는 들판엔 누렇거나 갈빛을 띄며 보리가 익어가니 이른바 맥추(麥秋)이다. 푸르른 초목의 캔버스에 누런 보리물결의 채색은 선명하면서도 대조적이다. 강물이 푸르니 새가 더욱 희게 보이고(江碧鳥逾白) 산이 푸르니 꽃빛이 불타듯 더욱 붉게 보이는 것(山靑花欲然)처럼, 이따금씩 배경의 빛깔이나 상태에 따라 어떤 사물과 대상이 두드러지거나 각광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강둑에 줄지어 서서 노란 웃음꽃을 피우는 금계국도 대조적인 인상을 준다.
코로나의 터널을 벗어나선지 최근들어 축제나 공연, 전시 등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화창해진 날씨에 싱그러운 신록의 물결 따라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고 표정도 밝아 보인다. 인근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는 발길도 많아져서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참고 미뤄왔었던 전시회나 문화강좌, 학습모임 등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부담 없이 누리고 즐기는 모습들이 넉넉하기만 하다.요즘은 굳이 미술관을 찾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나 편의, 위락시설 등지에 설치된 조형물이나 조각상 등의 예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예컨대 길거
5월의 신록이 싱그럽기만 하다. 몇 차례의 꽃이 피고 지더니 산과 들로는 온통 초록으로 가득하다. 푸르디푸른 초목의 향연에 희끗희끗 꽃들이 꿈결처럼 피어나 푸른달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입하목(立夏木)이라고도 불리우는 이팝나무 잎새 위로 흰눈이 내려앉듯 이밥같은 꽃이 피고, 군데군데 아카시아 흰꽃이 바람에 날리며 상큼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그렇게 차창 밖으로 어리는 초여름의 풍경을 접하며 길을 나선 곳은 서울이었다.일전에 어떤 문인과 나눈 대화 마냥 새삼 ‘촌스럽게(?) 무슨 서울 구경’하러 애써 상경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지난 주 연휴 내내 휘몰아친 비바람으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강풍으로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면서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고, 축대가 무너져 집이 붕괴되거나 도로가 유실되는 등 남부지역에 집중된 예기치 못한 풍수해로 시름이 깊어졌다. 입하의 문턱에 쏟아진 단비가 해갈에는 도움이 됐다지만, 순식간에 돌풍과 함께 들이닥친 폭우가 적잖은 상흔을 남긴 ‘눈물비’가 돼버린 듯해 안타깝기만 하다. 이렇듯 ‘밤새 안녕’이 무색하리만치 변덕스런 날씨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하루를 무탈하고 온전하게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모
연록의 기지개를 켜던 잎새들이 푸른달 5월이 되면서 연신 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송홧가루 흩날리는 산자락이나 청보리 물결 일렁이는 들판엔 온통 푸르름으로 짙어가며 초록의 서사시를 쓰고 있는 듯하다. 종다리도 높이 떠 온종일 지저귀며 봄날을 노래하고, 흐르는 시냇물의 속삭임이나 수양버들 긴머리의 하늘거림도 어쩌면 저마다 봄날을 구가하는 초록 시편이 아닐까싶다. 그에 어울리듯 낭랑한 음색으로 시를 읊고 대금의 연주 속에 시창(詩唱)을 하며 봄날의 흥취를 한껏 누린 시낭송 마당이 간간이 흩뿌리는 빗소리와 함께 낭만과 운치를 더했다.잎새달
모처럼의 여유로운 휴일 아침,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길숲을 따라 걸었다. 폐선된 철도부지에 도시숲을 조성하던 중 분출된 천연가스에 불이 붙어 ‘불의 정원’이 된 불꽃은 6년째 계속 타오르고 있고, 양학동으로 이어지는 비탈진 주말농장 터에는 시민들의 문화·전시·휴양을 만끽할 수 있는 ‘포항철길숲 시민광장’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줄곧 자전거로만 달리던 철길숲을 한가로이 걸으니 이것저것 보이는 것도 많고, 주변의 상가나 식당 등 달라진 곳도 더러 보인다. 그렇게 한시간여 걸어서 이른 곳은 포항시 북구 덕수·우창·중앙·용흥동 일부지역에 위치
봄비가 잦아든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될 무렵이면 하늘에서도 ‘때를 알아 좋은 비를 내리고(好雨知時節), 가는 비로 살며시 만물을 윤택하게 하니(潤物細無聲)’ 시의적절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 무렵의 비는 한 해의 풍년을 가늠하기도 하기에 단비(甘雨) 또는 희우(喜雨)라고도 한다. 이처럼 때맞춰 오는 좋은 비는 반가운 손님 마냥 기쁘고 반가우며 감사하기만 할 것이다.좋은 시절을 알고 때맞춰 내리는 비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감사의 마음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자연현상에 대한 고마움과 기쁨
하늘이 점차 맑아지고 만물이 생기를 더해가는 청명(淸明) 즈음은 독서와 공부하기에 좋은 때다. 꽃그늘 아래서 책을 읽거나 연초록 잎새 소리 들으며 글을 쓰게 된다면? 당나라 문호 한유는 ‘마을과 들판에 서늘한 바람 불어오는(新凉入郊墟)/가을 무렵에 등불을 가까이할 수 있으니(燈火稍可親)/책을 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簡編可舒卷)’고 읊었지만, 서늘함이 어찌 가을뿐이랴. 날씨와 계절의 변화는 그만큼 사람의 감성을 움직일 수도 있기에, 비교적 평온하고도 청량한 때에 맞춰 책과 글을 가까이하고 독서를 권장하기도 한다.그래서일까? 정부
대지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4월이다. 이상고온현상으로 개화시기가 빨라져서 일찍 꽃이 진 자리마다 잎새들이 일제히 돋아나며 생명의 등불을 켜고 있다. 나무에 물이 오르면서 꽃이 피거나 잎사귀가 앞다투어 드리워지니, 산과 들은 나날이 연둣빛과 초록빛의 융단을 펼쳐 가는 듯하다. 낭창한 나뭇가지마다 앙증스럽게 움이 트고 잎차례가 연이어 벌어져서 그야말로 4월은 연초록의 잔치가 열리는 잎새달이기도 하다.바람이 불 때마다 여린 잎새들은 저마다 손을 흔들어 살랑거리면서 많은 얘기를 전해주는 듯하다. 햇살이 스며들고 바람이 스쳐가며 별빛이 내려앉
벌써 몇 차례의 꽃이 피고지면서 3월이 저물어 가고 있다. 새봄과 함께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출발을 하게 되는 3월은 언제나 설레고 희망차다.지천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꽃의 자태에 마음이 쏠리기도 하지만, 유난히 많은 것을 생각하고 기억하게 되는 3월이기도 하다. 삼일절을 비롯 3·8민주의거, 3·15민주의거기념일, 서해수호의 날 등과 함께 필자는 안중근 의사의 순국일인 3월 26일을 짐짓 기억하며 경건한 마음을 되뇌어본다.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기를 맞은 올해 3월에 본 영화 ‘영웅’은 벅찬
춘분에 즈음해서 봄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온갖 꽃들이 앞서거니뒤서거니 울긋불긋 피어나고 새들은 나무를 새장 삼아 정답게 지저귀는가 하면, 부드러운 바람 결에 실버들은 연둣빛 머리채를 하늘하늘 풀어헤치고 있다. 메마른 땅에 어김없이 생동의 기운이 스며들어 그야말로 만화방창(萬化方暢)한 나날이 펼쳐지고 있다. 이렇게 화창한 봄날의 정취와 향기를 이제는 마스크 없이도 느낄 수 있다니, 실로 얼마만에 누려보는 봄날의 환희이던가.불과 4년 전의 겨울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얼마나 위협적으로 지구촌을 옥죄여 왔던가. 조마조마한 가운데 초기의
가지마다 망울이 맺히고 조금씩 봄꽃이 피어나고 있다. 화창해진 날씨에 차츰 개화의 몸짓을 보이며 봄날이 성큼 다가온 듯하지만, 느닷없이 휘몰아친 비바람과 추위에 서둘러 핀 꽃들이 화들짝 놀라지는 않았을까 싶다. 궁핍의 대지를 보듬으며 돋아나는 새싹과 피어나는 꽃들을 시샘하는 추위가 일진광풍처럼 부산을 떨어도, 이미 봄빛의 움직임은 비단 안개를 두른 듯 아장아장 생동의 걸음마가 한창이다. 그렇게 다시 또 봄날이 시작되고 산과 들은 부풀어가고 있다.해마다 봄이면 그 자리에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이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아닐 것이
봄날의 서막이 펼쳐지고 있다. 황량하던 무채색의 대지엔 매화와 산수유 꽃망울이 봄의 길목을 단장하고, 양지 바른 둔덕엔 가녀린 새싹들이 음표마냥 돋아나며 때 이른봄을 알리고 있다. 슬그머니 꼬리 감추며 멀어져가는 겨울의 뒷자락으로 피어나는 아지랑이의 아른거림 속에 인동(忍冬)의 시간을 숨죽이며 지내온 만물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생동의 봄 채비를 하는 듯하다.약동하는 봄날은 색깔과 움직임으로부터 온다. 봄의 초입에 피어나는 복수초나 산수유는 노란 몸짓을 일찌감치 내세우는가 하면, 앙상하던 가지에 희거나 붉은 매화꽃이 등(燈)처럼
봄이 오는 길목은 순탄치가 않다. 뒷걸음 치는 겨울이 시샘하며 찬 입김을 내뿜거나 비바람으로 여세를 몰아보려 하지만, 봄물 불어나는 우수 지난 절기는 이미 메마른 겨울의 진영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어쩌면 체념하고 떠나는 겨울의 아쉬움 같은 봄눈이 지난 주에 새벽같이 살짝 내려 눈이 귀한 포항지역에서는 잠시나마 설레임이(?) 쌓이기도 했었다. 계절의 특성에 따라 날씨는 이렇게 을씨년스럽다가도 금세 반갑고 포근함으로 다가오며 시시각각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불규칙적인 날씨나 자연환경에 따라 사람도 간혹 영향을 받게 된다. 예컨대 비오
추위가 누그러진 탓일까? 간간이 봄을 재촉하는 봄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비가 멎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달갑잖은 미세먼지가 나타난다. 코로나의 지겨움은 조금씩 사라지는 듯하지만, 물가상승과 경기불황, 정국 경색이 미세먼지마냥 희끄무레 감돌면서 칙칙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나날이다. 거기에 안개까지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지난 주말 안동으로 가는 길은 안개 속의 유영같았다. 흐릿한 날씨에 엷거나 짙은 안개가 사방을 감싸고, 차창 밖으로 다가오는 원근의 풍경은 늦겨울의 수묵화마냥 담담하게 펼쳐졌다. 안동지역에 있는 두 개 큰 댐의 영향인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