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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승인 약물 활용 치매 치료길 열리나⋯DGIST, 뇌 면역세포 조절 기전 규명

김락현 기자
등록일 2026-04-07 14:50 게재일 2026-04-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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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DGIST 뇌과학과 엄지원 교수, 정혜지 박사후연수연구원, 현가은 석사과정생./DGIST 제공

DGIST 연구진이 기존 FDA 승인 약물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DGIST 뇌과학과 엄지원 교수 연구팀이 신경전달물질인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이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직접 조절해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되고, 미세아교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켜 악화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방어 역할을 하던 미세아교세포가 병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파괴자’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소마토스타틴이 이러한 면역세포의 과활성화를 억제하고 다시 방어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소마토스타틴을 처리한 미세아교세포는 아밀로이드 찌꺼기를 제거하는 식세포 기능이 강화됐고, 염증 유발 물질 분비는 크게 감소했다. 특히 염증성 인자인 IL-12는 억제되고, 항염증 인자인 TGF-β는 증가하면서 면역세포가 ‘신경보호적 상태’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실험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됐다.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에서 소마토스타틴을 증가시키자, 뇌 염증 반응이 억제되고 아밀로이드 축적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행동 실험에서는 장기 공간 기억 능력이 통계적으로 개선되며 실제 인지 기능 회복 가능성도 입증됐다.

이번 연구는 특히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연구에 활용된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작용제는 이미 말단비대증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인 약물이다. 과거 치매 임상에서는 뇌 전달 효율 문제로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못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미세아교세포를 표적으로 작용한다는 구체적인 기전이 처음 밝혀졌다.

엄지원 교수는 “소마토스타틴이 면역세포 상태를 직접 조절해 치매 병리를 완화하고 기억력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기존 승인 약물을 기반으로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연구센터의 정혜지 박사와 석사과정 현가은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주도했으며, 국제학술지 Brain, Behavior, and Immunity(JCR 상위 약 4% 이내)에 지난 3월 26일 온라인 게재됐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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