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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고요 속 흐름을 담다···미디어아티스트 임창민 ‘Homage to 박동준’展, 대구 갤러리분도서 개막

고요한 방 안, 창 너머의 풍경이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물결이 흔들리고, 빛이 흐르며, 바람이 스친다. 정지된 사진 속에 삽입된 영상은 익숙한 장면을 낯선 감각으로 되돌린다. 오는 4월 23일부터 대구 중구 갤러리분도에서 열리는 ‘Homage to 박동준 2026_임창민’전은 이렇게 ‘멈춤과 흐름’ 사이에서 감각을 일깨운다. (사)박동준기념사업회와 대구 갤러리분도가 공동 기획한 ‘Homage to 박동준’은 고(故) 박동준 선생의 뜻을 기리며 매년 한 작가를 초청해 이어오는 헌정 전시다. 올해는 미디어 아티스트 임창민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갤러리분도와 깊은 인연을 이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중심으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임창민의 작업은 사진과 영상의 결합이라는 단순한 형식을 넘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한 화면 안에 중첩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실내 공간은 사진으로 정지돼 있고, 창밖 풍경은 영상으로 살아 움직인다. 이 이중 구조는 우리가 익숙하게 인식해온 ‘이미지’의 개념을 미묘하게 흔든다. 보는 이는 하나의 장면을 바라보면서도, 동시에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 10점과 사진 7점으로 구성된다.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정중동(靜中動)’이다. 고요함 속에 깃든 미세한 움직임,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임창민의 화면 속 실내는 적막에 가깝지만, 그 너머 풍경은 끊임없이 흐른다. 이 대비는 관람자의 시선을 붙잡고, 감각을 서서히 확장시킨다. 특히 ‘창’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다. 창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경계이면서 동시에 두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다. 작가는 이 창을 통해 풍경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그 안으로 들어가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전통 건축의 ‘차경(借景)’ 개념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시도이기도 하다. 외부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여 공간을 확장하는 차경의 원리가, 디지털 이미지 안에서 새롭게 작동하는 셈이다. 전시는 동양 회화와의 미학적 연결점도 짚는다.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소림명월도’가 보여주는 시선의 흐름과 정적 긴장 구조는 임창민의 작업과 묘하게 겹친다. 나뭇가지 사이로 배치된 달과 미세한 물의 흐름처럼, 그의 작품 역시 고요한 화면 속에 작은 움직임을 배치해 감상의 밀도를 끌어올린다. 작품 속 풍경은 실제 자연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수집된 장면들이 재구성된 결과물이다. 그래서 화면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관람자는 그 낯익은 이질감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호출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괴석을 주제로 한 사진 작업도 함께 소개된다. 기이한 형태의 돌을 재구성한 이 작업은 전통 회화의 ‘괴석도’를 연상시키며,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적 시선을 현대적으로 확장한다. 촬영 이후의 편집과 개입을 통해 완성된 이미지는, 미디어아트 작업과 동일한 창작 원리를 공유한다. 빠른 속도와 과잉된 이미지에 둘러싸인 오늘날, 임창민의 작업은 정반대의 방향을 제시한다. 소리를 제거한 채 느리게 흐르는 영상, 움직임을 최소화한 화면은 관람자의 호흡을 낮추고 감각을 환기시킨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사유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Homage to 박동준 2026_임창민 전’은 결국 ‘본다’는 행위를 다시 묻는 자리다. 창을 통해 펼쳐지는 풍경은 바깥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관람자는 그 사이에서 잠시 멈춰 서고, 잊고 있던 감각과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5월 22일까지 이어지며, 개막식은 4월 23일 오후 5시에 열린다. 느림과 고요, 그리고 미세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이번 전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건넬 것으로 기대된다. 임창민은 계명대 미술대학과 뉴욕대·뉴욕시립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계명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국제비엔날레 심사위원, 광주비엔날레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고, 포틀랜드 주립대 교환교수로도 활동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전시됐으며, 국내외에서 개인전 25회를 개최했다. 최근에는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15

카네기홀 오른 창작오페라, 포항 무대에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오른 창작 오페라가 포항에서 공연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5월 1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오른다. 포항문화재단은 오는 5월 1일 오후 7시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창작오페라 ‘주기철의 일사각오 열애’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라는 억압적 시대를 배경으로, 개인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 앞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특정 종교적 서사에 머물지 않고, 시대와 개인, 권력과 양심 사이의 충돌을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모티브가 된 주기철은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끝까지 맞서다 생을 마감한 인물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양심과 저항’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작품은 이 인물을 중심에 두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았던 결단의 순간을 음악적 서사로 풀어낸다. 부제 ‘나는 죽고 또 죽어도 다른 신에게 무릎을 꿇고 살 수는 없다’는 그의 선택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이다. 무대는 평양 산정현교회를 배경으로, 일제의 정책이 점차 강화되는 과정 속에서 각 인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긴장감 있게 따라간다. 고문과 회유, 침묵과 저항이 교차하는 서사는 인물 간 대비를 통해 극적 밀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신념을 지키려는 인물과 현실과 타협하는 주변 인물들의 갈등 구조는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음악적 완성도 또한 눈여겨볼 지점이다.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아리아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는 고뇌와 두려움, 확신과 흔들림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며 서사의 깊이를 확장한다. 감정의 결을 따라 흐르는 음악은 한 시대를 살아간 인간 군상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포항문화재단 이상모 대표이사는 “역사적 소재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과 갈등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라며 “시민들에게 완성도 높은 오페라를 선보일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공연은 R석 3만원, S석 2만원이며, 4월 20일까지 예매 시 30% 조기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예매는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내용은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공연은 ‘2026 공연예술 지역 유통지원 사업’의 첫 무대로, 포항문화재단은 이를 시작으로 연중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이어간다. 5월 말 극공작소 마방진의 연극 ‘홍도’, 7월 안은미 컴퍼니의 현대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8월 HJ컬쳐의 뮤지컬 ‘더 픽션’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15

‘분단의 경계, 그림으로 넘다’···북한 작가 36명 회화 50점 한자리에

경북 안동의 송강미술관(관장 김명자)에서 북한 회화 50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념의 프레임에 가려졌던 북한미술을 ‘예술 그 자체’로 바라보려는 시도다. 송강미술관은 지난 4월 11일부터 특별기획전 ‘2026 북한의 회화 – 분단 너머의 리얼리즘’을 열고, 유화와 조선화 등 북한미술의 주요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는 선우영, 리경남, 이쾌대, 정종여, 정창모, 김성민, 김성근, 김승희, 리율선 등 총 36명의 작가가 참여해 북한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이쾌대, 정종여를 비롯해 정창모, 선우영, 김성민 등은 북한 회화의 흐름을 대표하는 주요 작가로 꼽힌다. 특히 이쾌대는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거치며 활동한 대표적인 근현대 화가로, 사실적 인물 표현과 시대 현실을 반영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는다. 월북 이후에도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이어가며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정종여는 전통 조선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북한 화단을 이끈 대표 작가로 꼽힌다. 평양미술대학 조선화과 창설에 참여해 후학을 양성했으며, 대표작 ‘가을의 티티새’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북한미술을 단순한 선전 도구가 아닌, ‘당대 현실을 살아낸 사람들의 시선’으로 읽어내는 데 방점을 찍는다. 분단 이후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형성된 미술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을 해석하고 이상을 그려왔는지를 비교적 온전한 맥락에서 보여주려는 시도다. 전시는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제1·3전시장에서는 ‘북한 회화의 리얼리즘’을 주제로 북한식 리얼리즘을 집중 조명한다. 이는 서구적 사실주의와 달리, 현실 재현을 넘어 집단적 가치와 사회적 이상을 강조하는 특징을 지닌다. 작품 속 인물과 풍경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하나의 메시지로 기능한다. 제2전시장에서는 ‘조선화: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주제로 또 다른 북한미술의 흐름을 보여준다. 동양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조선화는 선묘와 색채, 몰골기법 등을 활용해 민족적 정서와 서정성을 드러낸다.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이 양식은 북한미술의 독자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축이다. 김명자 송강미술관장은 “갈등과 분쟁이 이어지는 시대일수록 예술이 공감과 연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서로 다른 체제 속 예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15

잿더미 위에 다시 돋는 초록···재난 이후, 예술은 무엇을 말하는가

검게 그을린 숲 사이, 새순이 고개를 든다. 불이 지나간 자리 위로 다시 살아나는 생명의 기척. 그 풍경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은 질문을 던진다. “재난 이후,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이 오는 10일부터 6월 28일까지 특별기획전 ‘불의 씨앗’을 연다. 이번 전시는 2025년 경북 의성군을 비롯한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 이후 1년, 재난의 기억을 예술의 언어로 기록하고 성찰하려는 시도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20명은 지난 1년 동안 산불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잿더미로 변한 산과 앙상하게 타버린 나무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마주하며 작업을 이어왔다. 그렇게 축적된 신작 70여 점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작품들은 단순한 복구나 치유의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재난이 남긴 흔적을 있는 그대로 응시한다. 타버린 풍경 속에서도 발견되는 생명의 흔적,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의 잔여들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이는 보도나 통계로는 포착되지 않는 재난의 이면을 드러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기록’의 성격 또한 강하다. 작가들은 주민 인터뷰와 현장 리서치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개인의 감각을 넘어 사회적 기억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전시 도록 역시 단순한 작품집이 아닌, 재난의 과정을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 공적 기록물로 제작된다. 변숙희 시안미술관 관장은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작가들이 재난의 흔적을 각자의 언어로 풀어냈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회복’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의 맥락도 의미를 더한다. 시안미술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사라질 뻔한 장소가 예술을 통해 다시 태어난 이곳에서, 재난 이후의 회복과 재생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더욱 크다. 관람객들은 제1·2·3전시실 전관을 아우르는 구성 속에서 재난의 흔적을 따라 이동하며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9

깊이 있는 해석, 김다솔 피아노 리사이틀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리사이틀이 오는 4월 21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시리즈 ‘더 마스터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김다솔은 일본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으며, 통영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준우승과 오케스트라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에피날 국제 피아노 콩쿠르, YCA 국제 오디션 등 주요 무대에서 성과를 이어왔다. 1989년 부산 출생으로, 16세에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입학해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게자 안다 국제콩쿠르 등에서도 입상하며 연주력을 인정받았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지휘자 미하엘 잰덜링과의 독일 투어를 통해 주목받았다. 또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제 음악아카데미에 발탁돼 잘츠부르크 문화기금재단의 장학금을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연주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의 ‘환상곡 다단조 K.475’와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나단조 Op.1’, 이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B♭장조 K.570’을 연주한다. 특히 ‘환상곡 다단조 K.475’는 자유로운 형식과 극적인 전개, 감정적 실험과 형식적 대담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내면적 깊이를 엿볼 수 있는 곡으로 평가된다. 낭만주의적 성향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그의 환상곡 가운데서도 독창성과 구축성이 뛰어난 것으로 꼽힌다. 휴식 이후 2부에서는 쇼팽의 ‘4개의 스케르초’ 전곡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제2번 내림나단조(Op.31)는 서정적인 선율과 극적인 대비로 가장 널리 사랑받는 곡으로 꼽히며, 제3번 올림다단조(Op.39)는 장중한 구조와 강렬한 에너지로 쇼팽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박창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김다솔의 깊이 있는 해석과 안정된 연주를 통해 피아노 음악의 폭넓은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8

이순(耳順)의 화음으로 세상을 맑게 채색하다

70~100여 명이 함께 협업하는 오케스트라 음향은 인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 중 하나로 평가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했는데 이는 수십 명의 연주자가 한 호흡으로 움직이며 완성하는 유기체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이다. 대구에도 6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있다.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던 1950년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구현악회’로 출발한 지역 음악인들의 열정은 62년 전 교향악단 창단의 밑거름이 됐다. 80대 이상 고령 팬들 중엔 1964년 창단연주회 때 KBS 방송국 공개홀에서 울려 퍼진 베토벤 ‘교향곡 1번’의 감미로운 서주(序奏)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창단 이후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균형 잡힌 레퍼토리와 새로운 기획을 바탕으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며 국내 클래식 음악의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해 왔다. 정기연주회와 기획연주회, 시민행복콘서트, 찾아가는 음악회 등 활동을 통해 지역민과 꾸준히 호흡해 왔다. □‘슈박스형 공연장’ 전국 주목 대구시향의 활동 무대 대구콘서트하우스는 1975년 ‘대구시민회관’으로 출발해 반세기 가까이 지역 공연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창단 초기 대구시립교향악단은 변변한 연습실조차 없어 시민운동장 인근 지하실과 달성공원 주변 건물을 전전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시민회관 개관 이후 전용 연습실이 마련되면서 비로소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게 됐다. 시간이 흐르며 건물 노후화와 음향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공연 환경 개선 요구가 이어졌고, 한동안 대구문화예술회관을 주 무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이뤄졌고, 같은 해 ‘대구콘서트하우스’로 재개관했다. 리뉴얼 이후 그랜드홀은 1284석 규모 전통적인 슈박스형 구조(shoebox hall)를 갖춘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직사각형 구조를 통해 측면 반사음을 극대화하고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좁혀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풍부한 울림과 긴 잔향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을 구현하며 지역 음악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의 한 음악 동호인은 “음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1층 중앙 블록이나 2층 정중앙이 가장 좋은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좌석”이라고 귀띔했다. □ 백진현 지휘자와 80여명 단원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상임지휘자 백진현을 중심으로 박혜산(부지휘자), 김혜진(부악장) 외 79명의 단원이 한 팀을 구성하고 있다. 편성은 제1·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현악 파트가 핵심을 이룬다. 현악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뼈대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48명으로 구성된 대구시향의 현악 파트는 전국적으로도 손꼽힐 만큼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이 위에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 등 목관악기가 더해져 맑고 섬세한 음색으로 감정의 결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금관악기인 트럼펫·호른·트롬본·튜바는 강렬하고 웅장한 울림으로 긴장과 장중함을 더하며, 곡의 클라이맥스를 이끈다. □환갑의 성숙한 화음으로 보답 1964년 첫걸음을 뗐던 대구시향이 얼마 전 환갑을 맞았다. 인생의 한 바퀴를 돌아온 여정처럼 시향의 선율도 깊이와 중량감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향의 목관의 음향과 균형 잡힌 금관의 울림이 더해지며 전체 사운드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기반으로 근현대 작품과 지역 창작음악을 선보이며,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아우르는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진현 상임지휘자는 “환갑을 맞은 오케스트라는 완결이 아니라 더 깊은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선”이라며 “흔들림 없는 중심으로, 각자 소리가 존중받으면서도 하나의 울림으로 이어지는 ‘이순(耳順)의 화음’을 완성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7

박동준기념사업회, ‘2026 박동준상’ 미술부문에 염지혜 작가 선정

동시대의 위기를 서사와 감각으로 재구성해온 미디어 아티스트 염지혜(44)가 ‘2026년 박동준상’ 미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박동준기념사업회는 최근 심사를 거쳐 염지혜 작가를 올해 수상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박동준상은 갤러리스트이자 디자이너였던 고(故) 박동준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창작자 지원과 예술 매개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 방점을 둔다. 특히 이 상은 2024년부터 운영 방식을 바꾸며 주목을 받았다. 기존에는 패션과 미술 부문을 교차 시상했지만, 현재는 두 부문을 매년 동시에 선정해 지원 규모와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는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들었던 박동준의 실천을 제도적으로 확장한 변화로 평가된다. 심사위원단(심사위원장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은 염지혜 작가가 첨예한 비평적 주제를 장대한 서사 구조 속에 담아내며 동시대적 층위를 집요하게 탐구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일관된 주제 의식 아래 사운드와 문학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조율하는 구성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아울러 기후 위기와 지정학적 충돌 등 인류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 징후에 깊이 천착하며, 이를 자신의 작업 세계로 끌어들여 예술적 응답으로 확장해왔다는 점 역시 수상 배경으로 꼽혔다. 심사위원단은 이러한 작업이 박동준상이 지향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염지혜 작가는 “작업이 어디로 향하는지 절반쯤은 모르는 채 이어온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흔들림을 감추지 않고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함께 오는 11월 시상식, 그리고 전시 참여 기회가 제공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7

’백년의 건축 속 ‘1초의 예술’···임현락 개인전

한국 수묵화의 동시대적 확장을 이끌어온 중견 작가 임현락의 작품 세계를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전시가 대구에서 열린다. 갤러리 분도는 오는 4월 9일부터 5월 3일까지 대구 중구 무영당(경상감영길 8) 전관(1~4층)에서 임현락 개인전 ‘백년과 1초’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나무들 서다’부터 대표 연작 ‘1초 수묵’(2002~2026)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업을 아카이빙하고, 설치·평면·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특히 단 한 번의 붓질로 완성되는 ‘1초 수묵’ 시리즈 최신작은 근대 건축 공간과 결합하며 공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확장한다. 전시가 열리는 무영당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백화점 건물이다. 작가는 이곳을 찾은 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전시를 구상했다. 백 년의 시간을 품은 건축과 순간의 행위가 교차하는 이번 전시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감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임현락의 작업은 ‘생명’과 ‘치유’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2002년 금호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반투명 천 위에 한 번의 필획을 그린 뒤 이를 공간에 세우는 방식으로 수묵화의 평면성을 입체로 확장해왔다. 필획들은 숲처럼 공간을 이루며 관객의 움직임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고, 살아 있는 존재처럼 호흡하는 장을 만든다. ‘1초 수묵’은 작가가 질병과 치유의 시간을 겪으며 형성한 예술적 개념으로, 1초라는 극한의 시간 속에서 찰나와 영원을 동시에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는 대상을 그리는 대신 ‘호흡’을 그리며, 이를 통해 삶의 본질을 환기한다. 갤러리 분도 정수진 큐레이터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순간이라는 메시지는 작가가 삶과 예술을 통해 우리에게 잊고 있던 진실을 일깨우는 메타포”라고 설명했다. 임현락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회의 개인전과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1993년 중앙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6

국보 ‘세한도’ 영남 첫 공개···추사 회화 세계 펼친 ‘그림 수업’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정신과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전시가 대구에서 열린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을 기념한 기획전 ‘추사의 그림 수업’을 오는 4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 말 학계와 예술계를 선도한 추사의 회화 세계를 중심으로 그의 예술관과 제자들과의 교류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그간 추사 관련 전시가 고증학이나 추사체, 서예 작품에 집중돼 온 것과 달리, 이번 전시는 회화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그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풀어낸다. 특히 추사가 평생 추구했던 ‘서화일치(書畵一致)’의 경지와 학문과 예술이 결합된 독창적 세계를 그림을 통해 집중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며, 미공개 작품 7점을 포함해 47건 67점이 소개된다. 1부 ‘추사, 시대를 열다’에서는 ‘세한도’를 비롯해 ‘고사소요’, ‘난맹첩’, ‘불이선란도’ 등 추사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이 가운데 국보 ‘세한도’는 영남 지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으로, 추사의 예술적 경지와 선비정신을 상징하는 걸작으로 꼽힌다. ‘세한도’는 유배 중이던 추사가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작품으로, 거칠고 절제된 필치 속에 한겨울의 고요함과 변치 않는 지조를 담아낸 작품이다. 이 그림은 이후 청나라 문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동아시아 지식인 사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한 점의 그림이 지닌 정신성과 시대적 울림을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총 7점의 미공개 작품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들 작품은 추사 화파 제자들의 조선 말기 작품 활동을 보여주는 자료로,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흐름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이 가운데 여섯 점은 추사 화파의 학맥을 이은 위창 오세창이 엮은 ‘근역화휘’에 수록된 작품들로, 학맥의 계승과 확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공개 작품으로는 유숙의 ‘매화서옥’, 유재소의 ‘죽림괴석’과 ‘관산한가’, 이한철의 ‘추산원천’, 조중묵의 ‘운계선관’과 ‘승주심매’, 허련의 ‘제주 망경루’ 등이 포함된다. 2부 ‘1849년, 추사의 그림 수업’에서는 ‘예림갑을록’을 중심으로 추사와 제자들의 예술적 교감을 조명한다. 유배에서 돌아온 추사가 제자들의 작품을 평가하며 남긴 기록은 조선시대 사제 간의 회화 비평이라는 드문 사례이자, 그의 예술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특히 당시 품평회에서 다뤄진 작품 가운데 현재까지 전해지는 ‘팔인수묵산수도’와 그에 대한 비평이 함께 소개돼 생생한 현장감을 전한다. 3부 ‘예림(藝林)의 여덟 제자'에서는 이한철, 허련, 전기, 유숙, 조중묵, 김수철, 박인석, 유재소 등 여덟 제자의 작품을 통해 추사 화파의 형성과 확장을 보여준다. 제자들은 스승의 문인화 정신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개성과 미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어 4부 ‘추사의 향기 매화에 깃들다’에서는 추사 화파의 핵심 인물인 조희룡을 중심으로 한 매화 작품들을 통해 추사 예술의 계승과 변화를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간송 전형필 탄신 120주년과도 맞물려 더욱 뜻깊다. 간송은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고자 평생을 바친 수집가로, 추사와 겸재 정선의 작품을 특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컬렉션은 단순한 수집을 넘어 한국 예술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번 전시 역시 그 연장선에서 기획됐다. 대구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추사와 그의 제자들의 작품을 통해 19세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학문과 예술의 깊이를 조망하고,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 ‘세한도’(국보·4월 7~5월 10일), ‘난맹첩’(보물·5월 12~7월 5일) ‘불이선란도’(보물·6월 2~7월 5일)는 순차적으로 교체 전시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4

[EBS 일요시네마] 5일 오후 1시 30분 ‘로마의 휴일’

EBS ‘일요시네마’는 오는 5일 오후 1시 30분, 시대를 초월한 로맨틱 영화 ‘로마의 휴일’을 방송한다. 1953년 제작된 이 작품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연출 아래,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만들어낸 하루의 사랑을 그린다. 영화는 유럽 순방 중인 공주 앤이 숨 막히는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고자 로마의 밤거리로 탈출하면서 시작된다. 우연히 그녀를 발견한 미국인 기자 조 브래들리는 처음에는 특종을 노리지만, 함께 로마를 누비는 동안 점차 인간적인 교감과 사랑을 느끼게 된다. 짧지만 눈부신 하루, 그러나 두 사람 앞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신분의 벽이 놓여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자유’라는 보편적 욕망을 동화처럼 풀어낸 데 있다. 왕실이라는 철저한 통제 속에서 살아온 공주가 평범한 일상을 꿈꾼다는 설정은 고전적이면서도 여전히 흥미롭다. 이 컨셉은 ‘왕자와 거지’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반복되어온 소재지만, ‘로마의 휴일’은 그중에서도 우아하고도 생기 넘치는 방식으로 구현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는 오드리 헵번을 단숨에 세계적 스타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유명하다. 헵번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입증했다. 단정한 단발머리와 자연스러운 미소, 그리고 절제된 감정 연기는 지금까지도 ‘고전적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로마라는 도시 자체도 관객들의 큰 집중을 받았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이탈리아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스페인 계단’, ‘진실의 입’ 등 명소를 배경으로 도시의 낭만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특히 로마의 ‘진실의 입’ 앞에서 조는 손이 잘린 척 장난을 친다. 순간 놀란 앤은 진심 어린 감정을 드러내고, 두 사람은 웃음 속에서 한층 가까워진다. 이 장면은 사랑이 싹트는 결정적 계기로 남는다. 관광 엽서를 연상케 하는 흑백 화면 속 로마의 풍경은 이야기의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4-03

[EBS 세계의 명화] ‘중경삼림’(重慶森林) 4일 밤 10시 55분

EBS 세계의 명화가 오는 4일 밤 10시 55분 홍콩 영화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작품 ‘중경삼림’(重慶森林)을 선보인다. 1994년 제작된 이 영화는 왕가위 감독 특유의 몽환적 미장센(화면 속 모든 요소를 통해 감정과 의미를 표현하는 연출 방식)과 파편적 서사로, 도시적 고독과 사랑의 덧없음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두 경찰의 실연(失戀)을 축으로 한 옴니버스 구조를 취한다. 형사 223(금성무)는 떠나간 연인을 잊기 위해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은다. 기한이 끝날 때까지 연락이 오지 않으면 사랑도 끝내겠다는 자기 암시다. 그러나 끝내 연락은 오지 않고, 그는 우연히 만난 금발의 마약 밀매업자(임청하)와 하룻밤을 보낸다. 스쳐간 인연은 결국 도시의 익명성 속으로 흩어진다. 또 다른 이야기의 중심에는 형사 663(양조위)와 패스트푸드점 직원 페이(왕페이)가 있다. 어느날 663의 옛날 애인이 찾아와 페이에게 663의 집 열쇠가 든 봉투와 편지를 맡기고 사라진다. 페이는 편지와 열쇠를 전하지만 663은 더 맡아달라고 부탁하면서 편지와 열쇠를 두고 간다. 페이는 몰래 그의 집을 드나들며 작은 변화를 쌓아간다. 청소도 하고, 가재도구도 옮기고... 하지만 실연의 슬픔에 빠진 663은 집이 바뀌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한다. 어느 날, 집에 몰래 출입하던 페이는 663에게 들통이 난다. 663은 페이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그녀의 말대로 옛 애인과 관련된 물건은 모두 버리고, 페이가 준비한 옷을 입고 약속 장소로 나선다. 하지만 정작 페이는 나타나지 않고 누군가 편지를 전해준다. 이별을 예감한 663은 읽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휴지통에 버린다. ‘중경삼림’은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 홍콩 반환을 앞둔 시대적 불안과 도시인의 고독이 스며든 감각적 기록이다. 빠르게 스쳐가는 인물과 흐릿하게 늘어지는 장면을 교차시키는 스텝 프린팅 기법, 손에 들고 흔들리는 카메라의 즉흥성은 사랑의 불확실성과 시간의 비가역성을 시각화한다. 특히 페이가 홀로 춤을 추는 장면에 흐르는 주제곡 ‘California Dreamin’은 영화의 정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반복되는 음악처럼, 인물들의 감정 역시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 이 작품은 왕가위 감독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홍콩 금상장, 대만 금마장, 스톡홀름 영화제 등에서 주요 상을 휩쓸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이후 수많은 영화와 광고, 드라마가 ‘중경삼림’의 색감과 리듬을 차용할 만큼 영향력도 컸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4-03

자수작가 3인전 ‘색실로 그리다’···대구경찰청 무학라운지서

대구에서 활동하는 자수작가 3인의 특별한 전시가 마련됐다. ‘색실로 그리다’전이 지난 4월 1일부터 대구경찰청 무학라운지(대구시 수성구 무학로 227)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김향미 작가와 그의 제자인 방규영, 오현숙 작가가 함께 참여해 각자의 개성이 담긴 자수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세 작가는 2013년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이후, 각자의 영역에서 작품 활동과 전시를 이어오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전통 자수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표현을 지향하며, 전통 자수의 현대화와 실용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의미를 담아 마련된 자리로, 오랜 시간 쌓아온 예술적 교류의 결실을 보여준다. 김향미 작가는 실노리공방 대표이자 이화자수연구회 정회원으로, 대구·경북 지역 공모전에서 다수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두 차례 개인전과 다양한 회원전을 통해 활발히 활동해왔으며, 현재 대구 수성문화원과 수성구 평생학습센터에서 강사로 활동 중이다. 또한 자연닮기 부설 업사이클링 연구소장으로서 자수와 환경을 접목한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방규영 작가는 자수 입문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노리공방 회원전 등 각종 회원전과 개인전을 통해 역량을 넓혀왔으며, 2024년 아양아트갤러리 개인전에 이어 일본 오사카 국제 아트페스티벌에서도 개인전을 개최하며 한국 자수의 가능성을 해외에 알렸다. 오현숙 작가 역시 실노리공방 회원이자 이화자수연구회원으로 활동하며 회원전에 참여해왔고, 현재 대구차생활예절교실 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세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수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김향미 작가는 퀼트와 업사이클링을 접목한 작품을, 방규영 작가는 민화를 활용한 전통 자수를, 오현숙 작가는 입체 자수를 선보이며 ‘3인 3색’의 매력을 펼친다. 김향미 작가는 “처음에는 스승과 제자로 만났지만 이제는 자수 작가로서 동반자”라며 “각자가 확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 만큼,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3

브로드웨이 흥행작 ‘킹키부츠’ 대구 무대 오른다

에너지 넘치는 무대와 흥미로운 스토리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킹키부츠’가 대구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오는 4월 11일부터 19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중독성 강한 넘버, 그리고 따뜻한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이다.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이 경영 위기에 처한 가운데, 특별한 부츠를 제작하며 살아남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찰리’와 ‘롤라’가 만나 갈등과 이해를 거쳐 진정한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포용과 다양성,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킹키부츠’는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과 음악상, 남우주연상, 안무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4년 국내 초연 이후에도 각종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하며 흥행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입증했다. 특히 2024년 10주년 시즌에서는 평균 객석 점유율 99.8%를 기록하고 전 회차 매진을 이어가며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구 공연 역시 탄탄한 기존 배우들과 새로운 캐스트가 함께하며 기대를 모은다. 주인공 찰리 역에는 김호영, 이재환, 신재범이 출연한다. 여러 시즌을 함께하며 캐릭터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은 김호영은 특유의 에너지와 무대 장악력으로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난다. 여기에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해 온 이재환이 새로운 찰리로 합류해 밝고 경쾌한 매력을 더하고, 신재범 역시 안정적인 연기와 가창력으로 극의 중심을 이끈다. 편견과 억압에 당당히 맞서는 드랙퀸 ‘롤라’ 역에는 강홍석, 백형훈, 서경수가 캐스팅됐다. 초연부터 활약해 온 강홍석은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에너지로 ‘원조 롤라’의 존재감을 이어간다. 새롭게 합류한 백형훈은 다양한 작품에서 쌓아온 연기력을 바탕으로 색다른 롤라를 선보일 예정이며, 세 번째 시즌에 참여하는 서경수 역시 특유의 감각과 표현력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공장 직원 로렌 역에는 한재아와 허윤슬이 출연해 밝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하며, 돈 역에는 신승환, 심재현, 김동현이 무대에 올라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각기 다른 개성과 에너지를 지닌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공연은 11·12일 오후 2시와 7시, 17일 오후 7시 30분, 18일 오후 2시와 7시, 19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2

화마 이후 남겨진 시간의 기록

포항지역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모임 ‘공간너머’가 오는 4월 4일부터 15일까지 포항 갤러리포항에서 기획전 ‘화상(火傷) 2026, 영덕 불확실한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5년 경북 산불 피해 지역 가운데 영덕 해안가 노물리와 석리 일대를 중심으로 기록한 사진 작품 24점을 선보이며, 재난 이후의 삶과 기억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전시는 2022년 울진 산불 현장을 기록한 사진전 이후 다섯 번째로 이어지는 작업이다. 특히 ‘1986년 이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로 기록된 울진 산불의 연장선에서, 또 다른 피해 지역인 영덕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참여 작가는 강철행, 손진국, 안성용, 이정철, 최흥태, 황정희 등 6명으로, 전시는 6개의 파트로 나뉘어 각기 다른 시선과 서사를 담아낸다. 이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산불 이후 지역 주민들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와 시간을 포착하고 이를 문학적 서사로 확장한 작업을 선보인다.   작품들은 불길이 휩쓸고 간 직후의 극적인 장면보다 시간이 흐른 뒤 정리된 공간 속에 남아 있는 미세한 흔적과 잔여에 주목한다. 불에 타 사라진 집터와 그 위에 남겨진 사물의 파편, 중장비에 의해 부서진 채 흩어진 생활의 흔적들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삶의 붕괴와 회복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임시 거처로 옮겨진 주민들의 삶과 일상의 기반을 잃은 채 이어지는 불확실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며 재난 이후의 현실을 조용히 증언한다.   특히 일부 작업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피해의 외형보다 보이지 않는 기억과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정리된 폐허와 비어 있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 남겨진 작은 흔적들은 오히려 더 큰 상상과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재난의 본질과 인간의 삶을 다시 성찰하게 만든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이 스스로를 치유해 가는 자정(自淨)의 과정과 이를 바라보는 사진가들의 냉철한 시선이 교차하며, 전시는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이는 빠르게 식어버린 사회적 관심 속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흔과 기억을 환기시키며, 다시 찾아올 생명의 계절을 기다리는 전야제와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공간너머는 2022년 1월 창립 이후 ‘기록은 기억을 뛰어넘는다’는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의 풍경과 문화, 역사적 현장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창립 직후 울진·삼척 산불을 첫 전시로 선보인 이후 약 3년에 걸쳐 산불 피해 지역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작업을 이어왔고, 2024년에는 경상북도문화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번 전시 기간에는 ‘개별 작가와의 시간’을 예약제로 운영해 관람객과 작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현장의 맥락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간너머 손진국 사진작가는 “이번 전시가 재난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지역의 이야기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록을 통해 기억을 확장하고, 지역 사진문화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4-02

클래식계의 샛별, 피아니스트 우시다 토모하루 대구 첫 내한 리사이틀 개최

세계 클래식계의 샛별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우시다 토모하루(27)의 첫 내한 공연이 대구 달서아트센터(DSAC)에서 열린다. 오는 4월 7일 오후 7시 30분 청룡홀에서 개최되는 이번 공연은 DSAC 아트 셀렉션 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로, 젊은 천재에서 깊이 있는 음악가로 성장한 우시다 토모하루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12세이던 2012년, 일본 최연소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우시다 토모하루는 유니버설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아카데미 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비롯해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및 청중상, 바르샤바 시장상 등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며 국제적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빈 체임버 오케스트라,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헝가리 국립 필하모닉, 바르샤바 필하모닉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은 브람스와 쇼팽의 작품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고전적 구조와 낭만적 서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밀도 높은 무대를 선사한다. 1부에서는 브람스의 ‘3개의 간주곡, Op.117’, ‘6개의 피아노 소품, Op.118’, ‘4개의 피아노 소품, Op.119’를 연주해 절제된 감정과 깊은 내면성이 응축된 브람스 후기 작품의 정수를 들려준다. 2부에서는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b단조 Op.58’을 연주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DSAC 아트 셀렉션 시리즈는 동시대 주목할 만한 연주자와 작품을 선별해 소개하는 달서아트센터의 큐레이션 프로그램이다. 이성욱 관장은 “우시다 토모하루는 신동을 넘어 깊이 있는 음악 세계를 완성해가고 있는 피아니스트”라며 “첫 내한 리사이틀을 통해 그의 음악적 깊이를 직접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30

[EBS 일요시네마] 29일 오후 1시 30분 ‘커커시리’

EBS 일요시네마가 29일 오후 1시 30분, 중국 리얼리즘 영화의 대표작 ‘커커시리’(원제 Kekexili: Mountain Patrol)를 방송한다. 이 작품은 중국 칭하이성의 혹독한 무인(無人)지대 ‘커커시리’를 배경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티베트 영양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건 순찰에 나선 민간 조직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부의 지원도, 충분한 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순찰대는 밀렵꾼을 추적하며 극한의 환경과 맞선다. 베이징에서 온 기자 가위(嘎玉)는 취재를 위해 이들과 동행하다가, 점차 자연 보호라는 대의와 생존 사이에서 흔들리는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는 ‘환경 보호’라는 명분이 개인의 삶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정의로운 선택처럼 보이는 행동 뒤에 숨겨진 희생과 침묵, 그리고 그 대가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질문한다. 영웅적 서사나 감상적 연출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국가의 사각(死角)지대에서 자연을 지키는 이들의 현실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연출을 맡은 루추안 감독은 실제 사건과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현장의 진실성을 화면에 옮겼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카메라 워크와 비전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관객을 거친 고원(高原)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장엄한 풍광은 단순한 배경 외 인간을 압도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기능한다. 2004년 제작된 이 영화는 제17회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비롯해 금마장(金馬獎) 최우수작품상, 금계장(金鸡獎) 최우수작품상 등 국내외 주요 영화제를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화려함 대신 사실성을 택한 커커시리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책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남긴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3-28

포항시향, ‘벨칸토, 아름다운 노래’로 교향악축제 프리뷰 공연 선사

“대한민국의 대표 오케스트라 축제인 ‘2026 교향악축제’에 참가하는 포항시립교향악단 공연 미리 만나보세요.” 포항시립교향악단이 오는 4월 2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222회 정기연주회 ‘벨칸토(Bel Canto), 아름다운 노래’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국내 최대 규모 오케스트라 축제인 ‘2026 교향악축제’ 참가를 앞두고 열리는 프리뷰 무대로, 지역 관객에게 한층 성숙한 예술적 역량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차웅 포항시향 상임지휘자의 지휘 아래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체코 국민주의 음악의 정수와 19세기 이탈리아 벨칸토의 화려함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무대로 구성된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8번 사장조’(‘영국의 교향곡’)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라장조’를 통해 민족적 색채와 기술적 완성도의 조화를 선사할 계획이다. 드보르작 ‘교향곡 제8번 사장조’는 ‘영국의 교향곡’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작품으로, 드보르작이 영국 체류 시절 영감을 받아 작곡한 걸작이다. 체코의 전원적 풍경과 민속 리듬을 유려한 선율로 녹여내 낭만적 온기와 민족적 자부심을 동시에 전달한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라장조’는 “바이올린의 쇼팽”이라 불리는 니콜로 파가니니의 대표작으로, 화려한 기교와 극적인 감정 표현이 압권인 곡이다.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동민은 막스 로스탈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로서, 이 곡의 카덴차 부분의 현란한 테크닉과 열정적인 선율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을 매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시향은 이번 정기공연을 마친 후 4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무대에 오르게 된다. 전국 19개 교향악단과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 올해 교향악축제는 ‘커넥팅 더 노트(Connecting The Notes)’를 부제로 열린다. 음악과 음악, 오케스트라와 오케스트라, 세대와 세대, 그리고 지역과 세계, 전통과 현재가 이어지는 음악인의 흐름을 주목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26

대구콘서트하우스,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티켓 예매 오픈 임박

한국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22)의 대구 리사이틀 티켓 예매가 3월 31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이번 공연은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오는 5월 8일 오후 7시 30분 그랜드홀에서 개최하는 ‘2026 명연주시리즈 -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임윤찬은 2022년 18세의 나이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곡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몰입감 넘치는 연주로 뉴욕 카네기 홀, 런던 위그모어 홀 등 세계 주요 공연장을 연일 매진시키며 클래식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임윤찬이 직접 프로그램, 일정, 공연장까지 선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선보이는 이번 리사이틀은 연주자가 의도한 최상의 음향과 몰입감을 관객에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리사이틀은 임윤찬의 음악적 정체성을 담은 곡들로 구성된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17번 가슈타이너’로 서정적인 고전미를 전하고, 스크리아빈의 ’소나타 2·3·4번'을 통해 신비롭고 강렬한 에너지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스크리아빈 ‘소나타 2번’은 그가 반 클라이번 콩쿠르 2라운드에서 연주해 세계적 화제를 모은 곡으로, 한층 성숙한 해석으로 대구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줄 전망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이번 공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합창석을 포함한 모든 좌석을 동시 오픈한다. 티켓 가격은 R석 14만 원, S석 12만 원, A석 8만 원, B석 5만 원이며, 예매는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www.daeguconcerthouse.or.kr)와 온라인 예매 사이트 놀(NOL, nol.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문의 (053)430-7700.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26

초등 작가와 예술가가 함께 만든 기획전 ‘우리가 하는 말’

대구 지역 어린이 작가들이 참여하는 기획전 ‘우리가 하는 말’이 29일까지 예술상회 토마(달구벌대로 450길 10)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구성된 미술팀 하하하!(‘Horse of Happiness with Hankyun’)의 회화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아이들이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전시는 김광석 거리 내 ‘작업실 한켠 그림공방’을 운영하는 작가 류영주 대표가 기획 및 운영을 맡아 진행된다. 류 작가는 공방 운영, 문화예술 강의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표현 과정과 재료 탐구에 집중하는 교육과 창작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김광석거리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갤러리와 작업공간이 공존하는 예술의 거리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확장된 환경 속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팀 하하하! 는 2026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아이들이 바라는 행복과 긍정의 의미를 담아 결성된 팀이다. 참여 작가들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탐색하며, 감각 중심의 표현을 시도했다. 전시에서는 일상 속 경험과 감정,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들이 소개되며, 결과 중심이 아닌 표현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다. 아이들은 그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하기’를 시도하고, 그 과정은 고스란히 작품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어린이 작가들의 작품을 기반으로 제작된 아트상품이 함께 선보이며, 판매 수익의 일부는 기부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표현이 또 다른 나눔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되며, 예술이 사회와 연결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특히 전시 마지막 날(29일)에는 클로징 행사가 진행되며, 관람객과 작가가 함께 소통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현장에서는 간단한 다과도 제공되어 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전시를 즐길 수 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6-03-25

전시리뷰▶▶▶봉산문화회관, 강민경 작가의 ‘Trajectory’ 전시로 2026년 유리상자 프로젝트 포문

“움직이는 회화, 빛으로 확장되는 풍경···.” 대구 봉산문화회관(관장 전성찬)이 전시 공모 선정 작가전 ‘유리상자-아트스타 2026’의 첫 전시로 강민경 작가의 ‘Trajectory’ 를 오는 4월 12일까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인다. 봉산문화회관의 대표적인 기획전시인 ‘유리상자(아트스페이스)’는 투명한 유리 벽면을 통해 외부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에서 현대미술의 실험적 경계를 탐색한다. 강민경 작가는 계명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 예술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영상, 설치, 조각 등을 오가며 다양한 현대적 장르를 실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움직임과 빛의 변화를 핵심 매체로 삼아, 고정된 이미지로서의 풍경을 해체하고 동적인 생명력으로 재구축한다. 특히 ‘Trajectory’는 두 개의 회전하는 구조물 위에 다층으로 배열된 캔버스가 약 3초 주기로 서로 다른 풍경을 교차시키며 순환적 풍경을 창출한다. 작품 속 이미지는 곤충의 시선으로 포착된 풀밭의 단편들로, 회전 운동을 통해 파편화된 형태가 합체와 해체를 반복하며 유동적인 공간을 형성한다. 여기에 캔버스 뒤편에 장착된 다이크로익 필름이 빛의 강도에 따라 색채와 형태를 변조시키며, 평면적인 회화를 입체적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전시 평론을 맡은 양초롱 미술평론가(조선대 초빙교수)는 강 작가의 작업이 “자연과 회화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실험”이라 평가한다. 그는 강민경이 포착한 풍경이 단순한 자연 경관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영혼이 머무는 내면의 공간”이자 “자기 성찰의 거울”이라 설명한다. 작품 속 풀잎의 파편들은 완전한 단일체도, 완전한 분열체도 아닌 “분절된 마디를 지닌 구조”로 존재하며, 빛의 강약에 따라 끊임없이 재배열된다. 이 과정에서 고정된 재료는 운동성에 의해 재조합되고, 사라졌던 요소가 다시 나타나며 “안정과 불안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드러낸다. 양 평론가는 이를 “카오스모스(Chaosmos)”라 명명하며, “혼돈과 질서가 교차하는 삶의 단면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덧붙였다. 특히 ‘글라이드(glide)’ 시리즈는 모터와 조명을 활용해 생성과 소멸의 순간을 시각화함으로써, “정지하지 않는 생명의 흐름”을 은유한다. 관객은 움직이는 캔버스 앞에서 고정된 시선이 아닌 “끊임없는 변화의 리듬”을 체험하게 된다. 전시는 관람자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확장된다. 4월 중 진행되는 시민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작가가 사용한 다이크로익 필름을 활용해 빛과 색채의 변화를 관찰하고, 자신만의 액자 작품을 제작해볼 수 있다. 참가자들은 자연 이미지를 담은 사진을 가져와 필름과 결합해 빛의 굴절 효과를 탐구하며, 예술적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기회를 갖는다. 프로그램은 4월 10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봉산문화회관 2층 야외광장에서 열리며, 우천 시 제1강의실로 장소가 변경된다. 봉산문화회관 측은 “유리상자 시리즈는 도시의 일상적 공간에서 예술의 실험성을 실험하는 플랫폼”이라 강조했다. 투명 유리벽을 통해 내부와 외부가 소통하는 이 공간은 “공공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평가받으며, 2026년에도 역량 있는 작가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25

경주시립극단, 배삼식 작 ‘하얀앵두’로 생명의 순환과 그리움을 그리다

경주시립극단이 오는 4월 2일부터 4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배삼식 작가의 대표작 ‘하얀앵두’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경주시립극단의 제134회 정기공연으로, 일상의 소란 속에서 삶의 본질을 응시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얀앵두’는 2009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예술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배삼식 작가는 이 작품을 “할아버지의 정원 속 하얀 앵두나무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작품은 강원도 영월의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잊혀진 작가 반아산이 과거의 흔적을 복원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파장과 치유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무대는 오래된 개나리 나무와 흙더미만 남은 텅 빈 마당으로 시작한다. 반아산은 이곳에서 할아버지의 정원을 떠올리며 하얀앵두나무를 재현하려 하지만, 늙은 개 원백이와 이웃 곽지복의 갈등을 계기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난다. 작품은 인간의 상처와 그리움, 생명의 순환을 자연과 화석, 동물의 이야기로 은유한다. 고고학자 오평이 연구하는 삼엽충 화석은 5억 년의 시간을 상징하며, 죽은 아내에 대한 기억에 갇힌 그의 모습은 현재의 감정을 직시하는 조교 소영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늙은 개 원백이의 죽음과 그를 묻는 장면은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생명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막간마다 등장하는 백발의 노파는 사라진 존재를 향한 애도의 상징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과 생명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시각화한다. 작품은 반아산의 가족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으로도 긴장감을 더한다. 입양한 딸 지연의 임신은 가족 내 숨겨진 감정을 폭발시키며, 분노와 보호 본능 사이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곽지복이 마당에 꽃과 나무를 심으며 공간을 재생시키듯, 상실 속에서도 생명은 다시 움튼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출을 맡은 강성우는 “이 연극은 거대한 사건보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 삶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공연 후에도 삶의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 시간 4월 2·3일 오후 7시 30분, 4월 4일 오후 3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21

포항 대표 사진가 김훈, 포항문화재단 기획전 ‘물의 기억 + 철의 풍경’ 개최

“‘철강 도시’ 포항의 희노애락을 카메라 앵글에 담다.” 포항의 대표 사진가 김훈(66) 작가가 오는 24일부터 4월 20일까지 포항문화재단 기획전 ‘물의 기억 + 철의 풍경’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포항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열리며, 총 3개의 전시장에서 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일부 작품은 길이가 5.3미터에서 8미터에 달하는 대형 작품들로 구성돼 있어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영일만 물의 기억’으로, 김훈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철강도시 포항의 변화와 사라짐을 기록해왔다. 그의 작품은 ‘물이 기억하고 있다’는 가설 아래, 시공간을 연결하고 겹겹이 쌓인 도시의 지층을 드러낸다. 특히, 송도 해수욕장과 동빈항을 중심으로 한 특정 공간을 반복적으로 추적해 장소성과 시간의 흐름을 강조한다. 이러한 작업은 포항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현재의 순간도 역사의 일부임을 상기시킨다. 두 번째 전시는 ‘동빈항 철의 풍경’이다. 포항은 철로 성장한 도시로, 김훈 작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철이 도시의 시간과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기록했다. 그는 동빈항 일대의 주물을 중심으로 조선업과 포스코로 이어지는 산업적 필연성을 포착했으며, 목형을 통해 삶의 흔적을 DNA처럼 담아냈다. 이러한 작업은 철의 물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도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김훈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자연,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포항의 시간을 사진으로 사유하고자 했다. 그는 “산업화의 중심에서 제철의 불꽃은 도시의 구조를 바꾸었고, 송도와 동빈항은 그 변화의 현장이었다”며 “이번 작업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한 도시가 걸어온 시간의 지층이며, 산업과 일상의 공존을 보여주고, 사라지는 것들과 새로 세워지는 구조물 사이에서 인간의 삶은 어떻게 자리를 옮겨왔는가를 묻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김훈 작가는 2005년 동아국제사진전에서 최고상인 골드메달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일본 아사히신문 주최 국제사진살롱에서도 4회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사진 예술가다. 현재는 김훈사진학원을 운영하며 경북사진대전 및 신라미술대전 초대작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한, 2019년에는 경상북도 문화상(조형예술 부문)을 수상했고, 동아일보사진동우회, 현대사진영상학회,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19

책에서 음악으로···도서출판 득수 ‘비발디를 읽다’ 출간 기념 연주회 ‘비발디를 듣다’ 개최

포항에서 문학과 음악이 조우하는 특별한 무대가 열린다. 도서출판 득수는 신간 ‘비발디를 읽다’출간을 기념해 ‘비발디를 듣다’ 연주회를 오는 4월 12일 오후 3시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득수가 매년 한 명의 작곡가를 선정해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문학 작품을 선보이는 ‘득수 읽다 시리즈’ 세 번째 프로젝트로, 비발디의 대표작 ‘사계’를 모티프로 한 소설 4편과 시 12편을 담은 책의 탄생을 축하한다. 소설가 4명이 봄·여름·가을·겨울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시인 3명이 계절의 정서를 시로 풀어낸 이 책은 음악적 영감과 문학적 상상력이 교차하는 독특한 결과물이다. 연주회에서는 비발디의 ‘사계’ 전곡과 아르헨티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가 실내악 버전으로 연주된다. 포항을 비롯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주자 8명이 참여해 섬세한 앙상블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주에는 피아노 길은영, 바이올린 성현이·조현선·홍혜진, 비올라 김예진·김보석, 첼로 김민경·신지원이 무대에 오른다. 또한 음악 해설가 최정호가 작품의 배경과 작곡가의 이야기를 해설하며 관객의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도서출판 득수 김강 대표는 “책이 음악을 글로 번역한 작업이었다면, 이번 연주회는 그 음악을 직접 체험하며 문학과 음악이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며 “책 독자부터 클래식 애호가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주회는 포항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며, 공연 입장료는 3만원(도서 '비발디를 읽다' 포함)이며 학생 할인과 장애인·국가유공자 할인도 제공된다. 공연 당일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19

“한국화 100년의 여정”···대구미술관 개관 15주년 기념 특별전 ‘서화무진(書畵無盡)’

대구미술관이 개관 15주년을 맞아 한국화의 흐름을 총망라한 특별전 ‘서화무진(書畵無盡)’을 3월 17일부터 6월 14일까지 개최한다. 1~3전시실, 선큰가든, 어미홀 등을 활용한 이번 전시는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화의 변화를 시대별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전시 제목 ‘서화무진’은 옛 화가들이 추구한 미적 성취와 표현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풍경, 추상, 인물화로 다채롭게 구현되고 끊임없이 나아감을 뜻한다. 전시는 1부 ‘붓이 움직일 때’와 2부 ‘세상은 이어지고’, 어미홀의 ‘천지, 근원에 대한 그리움’으로 구성된다. 1부는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전통 산수화에서 시작해 현대적 풍경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탐구한다. ‘높은 산, 긴 물’, ‘새로운 길’, ‘뜻 이르는 자리’, ‘인간, 세상을 그리다’ 등 4개 섹션을 통해 서화의 매체적 한계를 넘어선 실험적 작품들을 소개한다. 2부는 ‘한국화: 새로운 진경’, ‘소환과 갱신’, ‘감각으로의 회귀’, ‘뒤집어 보는 습속’ 등 4개 섹션에서 전통 소재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역사적 서사와 사회적 편견을 뒤집는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어미홀에서는 이상범, 이응노, 박생광, 김기창 등 시대를 초월한 작가 4명이 철학적 사유로 빚어낸 ‘세상의 풍경’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이번 전시에는 천경자, 이종상, 손동현, 김지평, 황규민 등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원로, 중진, 신진작가 83명의 작품 200여 점이 출품된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와 문인화의 전통이 어떻게 현대 추상과 인물화로 진화했는지, 각 시대 작가들의 독창적 해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혜원 학예연구사는 “현대 한국화는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며 시대적 변화를 모색해왔다"며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의 상호작용을 통해 현대미술에 자리 잡은 한국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기간 중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살아있는 미술관 해설서’ 배포, 전문가 초청 강좌, 1일 2회 도슨트 프로그램(3월 31일부터) 등 교육 행사가 함께 열린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16

제네바 챔버 앙상블 내한공연

오는 4월 3일 오후 7시 30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스위스 대표 실내악 앙상블 제네바 챔버 앙상블의 내한공연이 열린다.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드보르작의 명곡으로 구성된 프로그램과 세계적 연주자들의 협연이 기대를 모은다. 제네바 챔버 앙상블은 유럽 주요 무대에서 활동하며, 유수의 국제 페스티벌과 콘서트홀에서 정교한 앙상블과 해석으로 찬사를 받아온 단체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조화로운 울림으로 “살아있는 악기들의 대화”라는 평을 받으며, 이번 공연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할 예정이다. 베토벤 ‘피아노 3중주 7번 내림나장조 대공’은 생동감 넘치는 선율 속에 우아함이 깃든 작품으로 ‘실내악의 교향곡’이라 불릴 만큼 풍부한 감성과 조화를 자랑한다. 베토벤 중기의 원숙한 예술혼이 묻어난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3중주 1번 사단조 비가’는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수를 담은 작품으로 애수와 격정이 교차하는 선율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드보르작 ‘피아노 3중주 4번 마단조 둠카’는 동유럽 민속 리듬이 살아 숨쉬는 둠카의 리듬은 공연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번 공연은 국제 무대에서 검증된 세 명의 연주자가 함께한다. 피아니스트 이리나 슈쿠린디나는 2007년 스위스 취리히 오르페우스 국제콩쿠르 우승자로, 정확한 기교와 서정성으로 유럽 전역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아미아 재니키는 레오니그 코간 국제콩쿠르 우승자이자 바이마르페스티벌, 시옹페스티벌, 라벨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축제에 참여했고 독주와 실내악 모두에서 탁월한 음악적 통찰력을 인정받았다. 첼리스트 다비드 피아는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위촉작품 최고 해석상 수상자이며, 제네바 고등음악원에서 후학을 양성해온 교육자이기도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15

프랑스·홍콩·한국 3개국 안무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대구시립무용단(예술감독 최문석)이 프랑스, 홍콩의 유명 안무가들과 협업해 선보이는 2026년 첫 기획공연 ‘스테이지 모빌리티 커넥션(Stage Mobility Connection)’이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28일 오후 5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공연은 세 국가의 안무가와 대구시립무용단이 공동으로 창작한 트리플 빌 형식(세 가지 작품이 연속으로 펼쳐지는 구성)으로, ‘이동(Mobility)’과 ‘연결(Connection)’을 주제로 한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구시립무용단 최문석 예술감독이 선보이는 ‘어른 아이’는 고도성장 이후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의 내면을 신체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취업난과 결혼, 주거 문제 등으로 정체성이 흔들리는 이들의 모습을 ‘책임 유예’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며, 외형적 성장과 현실 도피의 모순을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박정은, 김혜림, 사미 시밀레 등이 출연해 현대인의 고뇌를 공감각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프랑스 출신의 그레구아 말댕은 리옹 국립고등음악무용원 졸업 후 장 폴 고티에의 패션쇼 등에서 활약한 독특한 이력의 안무가다. 그의 신작 ‘원 나이트 인 대구’는 일상 속 노래방을 무대로 삼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흔든다. 무용수들은 음악과 소리에 몸을 맡기며 신체적 변형을 통해 ‘익숙한 것의 낯섦’을 탐구한다. 김인회, 강주경 등 9명의 무용수가 참여해 단절과 대비, 과잉의 감각을 강렬한 이미지로 구현한다. 특히 올해는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 문화 교류의 상징적 의미를 더한다. 홍콩의 젊은 안무가 케이티 야우 카헤이는 촉감, 호흡 등 신체의 미세한 감각을 시적 언어로 승화시킨 ‘로스트 인 바디 트랜슬레이션’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의식과 신체 간의 관계를 동양적 사유방식으로 접근하며, 박종수, 김동석, 김홍영, 여연경 등 출연진이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춤으로 재해석한다. 야우는 홍콩 아츠 디벨롭먼트 어워즈 젊은 예술가상과 홍콩 댄스 어워즈 신진 안무가상을 수상했다. 최문석 예술감독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안무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대구 무용이 지닌 움직임의 가능성을 넓히고 새로운 창작 교류의 기반을 만들어가고자 한다”며 “이번 무대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12

포크 거장 정태춘·박은옥, 안동에서 콘서트 개최

대한민국 포크 음악을 대표하는 부부 듀오 정태춘(72)과 박은옥(69)이 오는 27일 오후 7시 30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웅부홀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특별기획공연으로 마련됐으며, ‘나의 시, 나의 노래’를 주제로, 시대를 초월한 명곡부터 최근 작품까지 아우르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에서는 ‘북한강에서’, ‘봉숭아’, ‘탁발승의 새벽노래’ 등 포크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대표곡들이 연주된다. 특히 2025년 발매된 정규 12집 ‘집중호우 사이’의 수록곡 ‘정산리 연가’, ‘하동 언덕 매화 놀이’ 등이 새롭게 공개되며, 총 10여 곡의 다채로운 곡목록으로 관객과 소통할 것으로 기대된다. 목가적인 ‘음유시인’이자 사회 모순에 저항한 ‘노래 운동가’ 정태춘은 1978년, 정태춘의 걸음에 맑은 음색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동반자 박은옥은 1979년 데뷔했다. 1980년 결혼 이후 음악적 동반자로 함께 활동해왔다. 서정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한국적 포크를 추구하며 ‘시인의 마을’, ‘사랑하는 이에게’ 등의 명곡을 남겼다. 소극장 순회 공연을 통해 음악으로 사회 참여의 길을 걸었으며, 정태춘은 비합법 음반 ‘아, 대한민국(1990)’ 발매를 계기로 사전심의제도에 저항했고, 이는 1996년 대중가요 사전심의제도 완전 폐지로 이어졌다. 그의 작품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도 다수 선정되며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박은옥 역시 독특한 음색과 서정적인 노랫말로 오랜 사랑을 받아왔으며, 부부는 음악적 동반자로서 삶과 예술을 일치시킨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25년에는 데뷔 45주년을 기념해 문학 프로젝트를 펼치며 음악·전시·출판을 결합한 다원예술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번 콘서트는 13년 만의 정규 앨범 발매 후 이어지는 전국 투어의 일환으로, 안동 관객들에게도 그들의 깊어진 음악적 성찰과 변함없는 열정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11

“최영욱 작가 ‘카르마’ 시리즈, 경주에···"

경주 오아르미술관이 오는 21일부터 8월 17일까지 2층과 지하 1층에서 우리나라 대표 현대미술 작가 최영욱의 개인전 ‘쉼표: 비우고, 머무르고, 채우는’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달항아리를 소재로 인간 관계의 순환과 내면의 성찰을 탐구하는 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에서는 최 작가의 대표 연작 ‘카르마(Karma·인과관계)’를 비롯해 초기작부터 2026년 신작까지 총 5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최영욱 작가는 한국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달항아리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아왔다. 그의 작업은 “삶은 어떤 흔적을 남기며, 그 흔적은 어디로 흘러가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카르마’라는 개념으로 20여 년간 탐구해온 작가는, 달항아리의 균열과 선을 통해 인생의 만남·헤어짐·이어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카르마는 특정 종교적 의미가 아닌, 열심히 살아낸 삶이 긍정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작가 노트)이라 말하는 그는, 캔버스 위에 백색 돌가루를 수십 차례 쌓아 올리며 시간의 층위를 창조한다. 이번 전시는 ‘탐색–발견–내면화–확장’ 네 섹션으로 구성된다. 섹션 1 ‘탐색’에서는 초기 풍경화와 일상의 기록을 통해 존재의 흔적을 찾는 과정이 소개된다. 섹션 2 ‘발견’에서는 200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달항아리를 만난 순간부터 유화 기법으로 재현적 탐구를 시작한 시기의 작품이 전시된다. 섹션 3 ‘내면화’에서는 수행적 반복 작업을 통해 평면성과 빛의 관계를 탐구한 최근 작품들이 전시된다. 섹션 4 ‘확장’에서는 관람객과 공동체가 함께하는 ‘쉼표 프로젝트’ 설치 작업이 공개되며, 지하 공간의 ‘흑과백’ 시리즈는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흔적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홍익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최 작가는 서울, 뉴욕, 도쿄 등지에서 50여 회의 개인전을 열며 국제적 활동을 이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스페인 왕실 컬렉션, 빌 게이츠 재단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한국적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독창성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아르미술관 김문호 관장은 “이번 전시는 ‘비움’과 ‘채움’의 순환 속에서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최영욱 작가의 예술적 여정이 관객 각자의 카르마를 마주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11

포항 찾는 유키 구라모토···

일본의 유명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오는 22일 오후 4시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2026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 Peacefully –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위한 찬사’는 지난해 발표한 앨범 ‘PEACEFULLY’와 같은 이름으로, 일상의 소소한 소중함을 주제로 한 따뜻한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올해 75세인 그는 특유의 서정적이고 맑은 멜로디로 국내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공연은 피아노의 고요한 선율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을 선사할 계획이다. 1부는 유키 구라모토의 솔로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며, 2부는 피아노 퀸텟(5중주)과의 협연으로 꾸며진다. 특히 피아노 퀸텟은 바이올린과의 듀오, 바이올린·첼로와 트리오 등 다양한 변주를 통해 풍성하고 따뜻한 하모니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가 직접 작곡한 오리지널 작품 ‘Lake Louise’, ‘Romance’, ‘Peacefully’와 멘델스존의 클래식 ‘봄의 노래’를 재해석한 ‘Plucking Heartstrings’ 등이 연주될 예정이다. 1951년 사이타마현 우라와시에서 태어난 유키 구라모토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연주하며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다. 도쿄공업대학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하면서도 연주자로서의 활동을 병행했고, 1986년 첫 솔로 앨범 ‘Lake Misty Blue’를 발표하며 수록곡인 ‘Lake Louise’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음악에도 참여하며, 한국에서도 1999년 첫 내한공연 이후 매년 내한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가장 사랑받는 피아니스트로 자리 잡았다. 2004년에는 일본 레코드대상 특별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일본 음반 데뷔 20주년 전국 투어를 펼쳤다. 또한, 2011년에는 뮤지컬 음악 작곡에 도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키 구라모토는 여수 엑스포 2012에서 일본관의 모든 파빌리온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했으며, 2015년에는 ‘레이크 루이즈’ 발매 30주년 기념 공연을, 2019년에는 내한 20주년 기념 전국 투어 공연을 선보였다. 2009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콘서트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공연도 전석 매진의 행렬을 이어오고 있다.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 티켓은 티켓링크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문의전화(1688-8616)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9

“황혼을 향해 걷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한국수력원자력(주)과 (재)경주문화재단이 주최 및 주관하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연극 ‘노인의 꿈’이 4월 25일 오후 2시와 6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공연된다. 서울 공연을 거쳐 전국 20여 개 도시 순회 중인 이번 공연은 ‘100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인생의 황혼기와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백원달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노년의 삶, 가족 관계의 어색함, 청소년기의 혼란을 교차시키며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 아버지와 서먹한 중년 딸, 새어머니를 바라보는 고등학생 딸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는 평가처럼, 관객들은 각자의 ‘꿈’을 떠올리며 잔잔한 여운을 안게 될 전망이다. 극의 중심은 원로배우 김영옥이 맡은 ‘춘애’ 역이다. 그는 노년의 지혜와 회한을 오롯이 담아내며 작품의 정서적 축을 이끈다. 여기에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하희라, 다채로운 캐릭터로 사랑받는 신은정이 합류해 세대별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김승욱, 윤희석 등이 합류해 극의 긴장감과 유머를 균형 있게 잡는다. 제작진은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가 될 것”이라 전했다. 경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연극 ‘노인의 꿈’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삶과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한다”며 “ 잊고 지냈던 ‘꿈’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며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라고 전했다. 티켓 예매는 경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며, 경주시민·다자녀가구·재직근로자·대학생에게 5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09